• '지금 우리는...'

  • 박남석 | 2016.05.19 15:59 | 조회 1630

    지금 우리는…’

    박 남 석(토론토)

     

    온통 연둣빛 세상이다. 두둥실 떠가는 구름과 개울을 굽이쳐 흐르는 물소릴 들으며 잔디위에 누워 푸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을 듯싶다. 낚시꾼이 미끼 속에 바늘을 감췄어도 현혹될 수밖에 없는 물고기의 숙명은 배고픔을 견뎌 이겨내기 어렵다는데 있을 테다. 너나없이 ‘맨발로 하늘을 나는 새들처럼’ 훨훨 자유로울 순 없을까?

     

    주흥사(周興嗣)가 하룻밤사이에 지은 천자문(千字文)에 ‘냇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야 한다’는 상식에서 출발해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철학적 의미를 담은 ‘천류불식(川流不息)’이 있다. ‘냇물은 쉬지 않고 흐르니 군자의 행실을 말하는 것이다’는 뜻을 함축시킨 구절이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과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다’는 말은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고 유추해본다.

     

    사람은 그 나이에 따라 생각도 변한다. 성격도 완화되고 가치관도 달라진다. “나는 잘한다, 똑똑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思考)와 의식(意識)은 교만의 시작이요, 일을 그르치는 첫걸음이다. 꿈과 희망을 얘기하며 깨알이 쏟아져 내리는 웃음소리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주먹을 쥔 채로는 악수할 수가 없다. 생각이 완숙해지고 좀 더 유연하게 일상을 사는 지혜로운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과반(過半)’ 없는 대한민국 제20대 국회의 임기는 오는 30일부터 시작인데 저마다 복잡해진 속셈법이 벌써부터 화젯거리다. 국회법에는 임기 개시일로부터 7일째 되는 날 본회의 석상에서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출하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사흘 이내에 상임위원회 구성도 마무리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던데 ‘믿기도 어렵고 안 믿기도 어려운’ 신부양난(信否兩難)에 빠지지 않았으면….

     

    평소 ‘3보 이상 승차’를 부르짖고 천수(天壽)를 누릴 사람이 있을까만 지렁이도 토룡(土龍)이라고 다려먹는 인간의 그릇된 욕심일 테다. ‘잉어, 붕어 등 민물고기 쓸개가 설사와 구토를 일으키고 소변이 잘 배설되지 않는 급성신부전(急性腎不全)의 위험이 높다’고 한다. 민물고기 쓸개즙의 독성물질은 열(熱)에 안정화돼 있어 펄펄 끓이거나 달여도 독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권을 산다고 당첨이 되는 건 아니지만, 복권을 사지 않으면 당첨될 수가 없다.”는 말은 복권구입을 은근슬쩍 부추기는 말장난이기도 하다. 우리가 얻는 만큼 포기하는 것도 뜻하지 않게 생기는 법이다. 웅담이나 우황 등 쓸개의 효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는지 모르지만, 몸에 좋다는 허황된 말을 맹신하지 말고 모르면서 오용(誤用)말자!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먹어도 아무 탈이 없는 경우는 세상에 존재하질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으로 최대 52조원에 달하는 수주(受注)발판을 마련한 것이 이란에서도 화제다. 이란의 정계·재계 주요 인사들은 구체적인 프로젝트 등을 언급하며 한·이란 협력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MOU(양해각서)는 정식 계약 전 상호 간 논의내용을 명시할 뿐이고 꼭 이행해야 한다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한다.

     

    장님 제 닭 잡아먹는 소리 같지만, 한국 기업은 우리끼리 경쟁하는데 바쁘다고 한다. 덤핑 관행을 모를 리 없는 이란 기업들 역시 협상에서 다른 한국 경쟁사를 언급하며 조건을 맞춰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는 저가 수주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란 우려 섞인 소리가 들린다. 해외에서 특수경제효과를 기대하기에 앞서 이 문제의 해결 없인 이란은 ‘제2의 중동 붐’ 현장이 아니라 ‘중동발 리스크’의 근원지가 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5대양6대주를 누비던 한국의 조선(造船)업계가 구조조정의 와중에 보이는 무기력한 모습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때 잘나가던 사람들은 그들의 좋았던 시절만을 기억할 뿐 전전긍긍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잘 모를 수 있다. 수출입은행의 부분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면 시중은행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다. 조선·해운 업종 채권의 70% 가까이를 책임지는 국책은행은 두 말할 것도 없진 않을 테다.

     

    요모조모 쓰임 받을 곳이 많은 분께선 묵언수행(黙言修行)하기 어렵겠고 아무짝에나 ‘쓸모없을 것 같은 사람들’은 면식수행(麵食遂行)에 바쁘더라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여유쯤은 지녔으면 오죽이겠다.

     

    2016년5월19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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