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지사지(易地思之)'

  • 박남석 | 2016.11.29 09:22 | 조회 1805

                                                                 

                                                 ‘역지사지(易地思之)’

                                                 박 남 석 (7기, 전남대, 캐나다동부 ROTC연합회) 

     

    “제아무리 세상에 이로운 일이라도 행(行)할 때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말이 있다. 민주당에서는 “Stronger Together” 공화당에선 “Make America Great Again”을 표방했지만 캠페인동안에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지저분한 인신공격까지 난무했었다. ‘충격과 반전’이란 표현으로 지구촌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서 불안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불확실성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들이 역력하다. “Our diversity is our strength!”를 외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에 비유해가면서….


    미국의 대선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가리는 직선제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승자 독식제(勝者 獨食制)’로서 전체 투표수로도 승리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선거제도다. 22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도널드 트럼프는 과반이 넘는 278명 선거인단을 차지해 당선을 확정지었다. 경선과정에서 진흙탕싸움을 벌렸을지언정 승자와 패자가 결과에 승복하는 연설과 백악관 초청대담에서 보여준 부러운 순간도 눈여겨봤다.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당선자가 11월10일 백악관에서 정권이양논의를 위한 첫 회동을 마쳤으나 그가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후임을 선택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한 것이며 그들은 트럼프 당선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신이 성공하면 국가가 성공하기 때문에 당신이 성공하는 데 모든 것을 도울 것”이라며 비록 자신이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평화로운 정권 이양은 민주주의 대통령의 오랜 전통”이라며 전면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풍차는 바람의 길목에 세워야하건만, 국민적 영웅이 없는 선거였다는 자조(自嘲)섞인 반성의 소식도 전해지곤 한다. 여론의 향배(向背)를 잘못짚어냈을 뿐더러 민주‧공화 양 진영으로부터도 상실한 신뢰를 어떻게 만회할는지 뉴스미디어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한창이다.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나이 들어가며 더 멋있어지기가 어려운 세상인 줄도 안다.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트리진 못했어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담담한 심정을 술회하는 그녀의 모습도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준 일이며 감사해야할 일이다. 일자리를 잃어서 처량하고 막막한 서민의 곤경에 그토록 강한 연민과 분노를 느끼고 그들을 당당한 시민으로 살게 해 주겠다는 의지와 방안을 가진 그의 생각도 경이롭기까지 하다.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라고 한다. 대안(代案)없이 그저 반대에 나서는 사람들도 후회가 앞장서본 경험은 없을 것이다. 푸른 소나무는 십년세월이 지나도 색깔 바꾸지 않는데 가을바람은 한가로이 산 어귀 노을을 밀어낸다고 말하지요. 하긴 요즘 같은 시국에 허허실실하기란 쉽지 않다하지만, 저마다의 삶을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들려주는 속 시원한 이야기가 넘쳐흘러났으면 오죽이겠다.


    알면서도 안하지만 생각대로 못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세상일이다. “우리들이 쓰는 말 중에서 ‘감사’라는 말처럼 아름답고 귀한 말은 없다. 감사가 있는 곳에 인정이 있고, 웃음이 있고, 기쁨이 있고, 넉넉함이 있다. 힘들어도 참고 했던 일들이 쌓이면 실력이 된다. 습관처럼 했던 일들이 쌓이면 전문가가 되고 버릇처럼 하다보면 최고가 될 수 있다. 노력하고 인내하는 삶은 언젠가는 꽃을 피워내게 된다.”

    달은 타원형 공전궤도를 돌기 때문에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에 차이가 생긴다. 흔히 ‘슈퍼문(Super Moon)’이라고 불리는 크고 밝은 보름달이 뜨는 이유는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자기 위치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평시에도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에 감사하면서 저마다의 마음 한 가운데에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오늘과 같은 안타까운 사회적, 국가적 혼란은 없었을 텐데….


    눈먼 거북이 물에 뜬 나무토막을 만남에 비유되기도 하는 인생이지만 살아가노라면 불현듯 찾아드는 생각이 시시하게 느껴질 경우가 어이없으랴. 권력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상대방의 재능을 인정하며 그들이 지닌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자신의 역량과 한계를 직시할 수 있고 약점도 보완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We are called to honour diversity, to respect differences with dignity, and to challenge those who would forbid it.” - Rev. Jean M. Rickard -


    2016년 12월호 Leader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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