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제(牽制)와 균형'

  • 박남석 | 2016.12.16 01:05 | 조회 1815

    견제(牽制)와 균형

     박 남 석 (토론토)

     

    ♫ “Let it snow, let it snow…”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결 돋워주는 캐럴송을 자주 얻어들어서일까만 GTA지역에선 20cm가량의 눈 폭풍과 -17°C의 한파가 찾아들 것이라던 기상청예보를 적중시키려는 듯 줄기차게 퍼붓는다. 설령 오보(誤報)였다고 탓할 사람은 없을 텐데… 방한모 눌러쓰고 두툼한 장갑에 외투 깃 세워가며 다닐 일이 벌써부터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자존심은 오전에는 풍요, 오후에는 가난이고, 밤에는 악명과 함께 한다.”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이 있다. 자신을 낮추는 자세야말로 남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우리는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현인(賢人)들이 겸손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테다. 사람들의 마음이 상하고 화가 부글거리며 치미는 이유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누운 풀처럼 자신을 낮추라”는 말을 되새겨본다.

     

    저마다 삶을 엮어가는 목적이 다르다손 행색이 궁상스러우면 초라해 보인다하지만, 제대로 쓰임을 받지 못하면 누추해 보이게 마련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 두고 꺼내 쓰는 말 같지만 호위무사(虎威武士)하며 떵떵거리던 이들의 드러낸 밑바닥을 보면서 다시금 생각 키우게 하는 세상인심이다. 그러나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며 교활하기 짝 없는 줄도 모른 척 하는 인간들이 자리를 꿰차고 득세하려드는 일은 글쎄올시다.

     

    세월 이기는 장수 없고 늙어지면 건강과 친구 등 잃는 게 많아진다지만, 천덕꾸러기 노릇하긴 죽도록 싫은 것이 너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일 테다. 무능했던 한 정치가가 자초한 일이지만, 살아온 동안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다하기 보단 행복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는지…. 이제부터라도 절대적인 권력의 횡포에 견제(牽制)와 균형을 찾을 수 있어야 하겠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사회가 혼란을 극복해가며 진일보(進一步)해가는 과정으로 삼아내야 할 일이다.

     

    아무튼 중요한 건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려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을 추슬러본다. 열정이 식은 나머지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땐 후회가 막심해도 지나가버린 버스나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단순히 몸이 쇠약해지거나 누추해지는 것만은 아니다. 건전한 취미가 주는 즐거움은 코흘리개들의 딱지‧구슬치기처럼 감정의 바닥이 단순하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이 많아졌으면 오죽이겠다.

     

    끼니를 거르지 말고 밥맛없으면 입맛으로 먹자고 평소엔 줄기찬 주장을 내세우면서 오징어짬뽕라면에 계란 두 개를 탁 넣어서 만찬으로 대신했다. 얼큰한 맛을 마시고 드시라~ 부실한 음식으로 배꼽 튀어나오도록 한 끼 해결했다고 건강을 크게 해치진 않으리니. 기억력도 나이 따라 가는 것일까 마는, 남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하나이면 자신을 향하는 손가락이 셋인 줄 망각하지 않았으면 더욱 좋겠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훨씬 더 많아졌고, 신통방통하다는 약도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영악하게 재화(財貨)를 모으고 독식(獨食)하는 법은 잘 알지만 나누는 법은 잊어버렸고, 짐짓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삶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자조(自嘲)할 줄 아는 우리들이다. 국제사회는 평화로운 시위의 힘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국사회가 당면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아갈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楚天無物不堪詩 / 登眺唯愁動遠思 / 秋樹江山人別後 / 夕陽樓閣雨晴時” -남녘하늘에 아무 것도 없어 읊지 못하고, 시름에 겨워 생각이 오감은, 가을 낙엽 지듯 사람들과 헤어진 뒤이며, 저물녘 누각에 비가 갤 때라오.   [고계(高啓)/明, 만청원조(晩晴遠眺)]

     

    2016년12월16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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