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끼오~'

  • 박남석 | 2017.01.14 09:12 | 조회 1687

    ‘꼬끼오~’

    박 남 석 (토론토)

     

    제야(除夜)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차디찬 밤하늘을 불꽃이 아름답게 수놓고 현란한 춤과 음악이 흥을 북돋운다. 너나없이 ‘Happy New Year!’를 외치는 환호성이 우렁찼다. 희망찬 새해에는 기쁘고 바람직한 생활과 도전의 나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캐나다건국 1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한 해가 될 테다. “Let’s make it even better”

     

    “백년세월의 세상일도 하룻밤 꿈속 같고, 수만리 강산도 한판 두는 바둑판과 같다”고 했던가. 심사(心事)가 뒤틀리면 콩이야 팥이야 하겠지만, 명심보감, 채근담과 더불어 중국의 3대 처세격언집으로 꼽히는 <증광현문(增廣賢文)>에 “하루의 일과는 아침에 달렸고(一日之計在于晨) 한 해 농사는 봄철에(一年之計在于春) 집안일은 화목함에 있고(一家之計在于和) 일생의 설계는 부지런함에 있다(一生之計在于勤).”고 일러준다.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할 때는 나를 잊고, 슬프고 괴로울 땐 지난날을 되돌아본다.”고 하지요. 우리에게 제한된 시간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삶을 영위해가면서 유보(留保)해야 할 행복은 생각처럼 많지 않은 세상살이다. 작은 불씨를 횃불로 키울 수 어이없을까마는 “어질면서 재물이 많으면 그 뜻을 해치고, 어리석고 재물이 많으면 허물을 보탠다.”(賢而多財損其志 愚而多財益其過)는 경구(警句)도 있다. 행여 주눅이 들거나 주저할 일은 아니지만 핑계 삼아낼 일도 아니어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닭은 어설프고 어리석어 뵈기도 하지만 다섯 가지 덕목(德目)을 지녔다고 여겼다. 벼슬(鷄冠)은 문(文), 발톱은 무(武), 천적에게 용감하게 대들어 싸우니 용(勇)이며 모이를 보고 꼭꼭거려 무리를 부르니 인(仁)이요. 수탉이 목을 빼어 우는 소리에 때맞춰 새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니 신(信)이라 여겼을 법도 하다.

     

    들숨날숨 거듭하다가도 한번 내쉬지 못하는 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라지만 저마다의 귀에 익은 구성진 노랫말은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심기일전(心機一轉)시키기도 한다. 진실은 아예 없고 공방(攻防)만 계속되는 소모전에 휩싸이느라 설날아침에 떡국 한 그릇 챙겨들진 못했어도 흐트러지기 쉬운 생각과 마음을 올바로 다스려나갈 일이다.

     

    의사들은 어떤 질병이든 초기엔 치료하기 쉽지만 진단하기가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진단하긴 쉬우나 치료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을 한다. 우리 몸을 다스리고 유지하는 일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어머님의 병상을 지키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눈으로 대화를 나누곤 하지만 간혹 보여주시는 해맑은 미소가 한 가닥의 기쁨이고 희망이기도 하다. 식사도 적은 양이지만 거르지 않으시고 맛있게 드시니 또한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할 일인지 모른다.

     

    “당신의 숲속에서 나는

    도토리만한 기쁨을 주워 먹으며

    마음도 영글어 가는

    한 마리의 신나는 다람쥐

     

    때로는 동그란 기도의 알을 낳아

    오래오래 가슴에 품어 두는

    한 마리의 다정한 산새

     

    당신의 숲속에서 나는

    사유(思惟)의 올을 풀어내며

    하늘 보이는 집을 짓는

    한 마리의 고독한 거미

     

    그리고 때로는

    가장 조그만 은총의 조각들도

    놓치지 않고 거두어들이는

    한 마리의 감사한 개미”

     

    - 이해인의《당신의 숲속에서》

     

    2017년01월13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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