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니 뭐니 해도'

  • 박남석 | 2017.01.20 20:53 | 조회 1714

    ‘뭐니 뭐니 해도’

    박 남 석 (토론토)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자체의 독립성을 위해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고 매년 명망(名望) 있고 뛰어난 지휘자를 선정하여 클래식음악계의 지대한 관심과 주목을 받는다고 한다. 2017신년음악회에서 첫 곡으로 연주한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비엔나 아가씨들’ 중에서 ‘Nechledil Marsch’는 새해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켜 주는 경쾌한 곡이었다.


    “우리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을 더 나은, 더 강한 나라로 만들었고, 진보를 향한 기나긴 계주를 뛰면서 우리의 일이 항상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퇴임을 열흘 앞둔 고별연설을 통해 희망과 변화의 힘을 강조하며 “열심히 일하고, 이웃에 관대한 마음을 지니고, 조국을 사랑하는 시민이 우리의 조국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며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


    다만 “우리는 두 걸음 나아가면 종종 한 걸음 뒤로 가는 것을 느낀다. 국가의 진보가 고르지 않다”며 정권 재창출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당신들을 위해 봉사한 것은 내 삶의 영광이었다.”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대통령으로 마지막 부탁을 하고자 한다. 변화를 이루는 일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변화능력을 믿으라.”며 이해와 화합을 당부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1월20일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이 1789년 4월20일 첫 취임식을 가진 이래 58번째로 열리는 이번 취임식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다. 행사가 진행되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전 세계의 이목은 트럼프의 미국은 어떻게 빗장을 열어젖힐까? 하며 워싱턴DC로 쏠릴 것이다.


    오늘따라 숲속 작은 새들의 쉴 새 없이 지저귀던 노랫소리가 뚝 멈췄다. 동장군 휘하(麾下)의 모진 바람소리에 휩싸여서일까? 먹이사슬 정점의 솔개 한 마리가 흐트러진 깃털을 가다듬기 위해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자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는 긴급대피령이 내려진 모양이다. 숨소리마저 줄여가며 호흡하는지 적막감마저 흐른다. 서로서로 돕고 살아가는 공생(共生)은 이성(理性)을 지닌 인간사회의 일상일 테고, 자연계에는 약육강식이 엄존함을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셔터누르기에 바빠 봤다.


    잉어가 황하상류의 계곡인 용문(龍門)을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는 등용문(登龍門)의 고사가 있다. 한국수자원관리공단 황선도 연구위원의 바다의 어르신 새우가 척추는 없지만 갑옷을 입었고 굽은 허리를 보고 노인에 비유해 ‘해로(海老)’라고 불렸다는 풀이가 재미있다. 뼈대 있는 가문이라 뽐내지 말고 뼈대 없는 출신이라며 업신여기지 말지어다. 어부의 그물에서 헤어나지 못함은 너나없이 마찬가지란다. 예로부터 장수(長壽)와 좋은 일의 상징으로 전해진 새우는 부부가 한평생 같이 살며 함께 늙는다는 의미의 ‘해로(偕老)’와 음(音)이 같으니 재치마저 묻어난다.


    온갖 근심걱정을 잊게 하고 즐거움을 불러준다는 백약(百藥)의 으뜸을 두고 머잖은 옛날 육구몽(陸龜蒙)은《대주(對酒)》에서 “後代稱歡伯(후인들은 환백이라 일컬었고) 前賢號聖人(선현들은 성인이라고 불렀지) 且須謀日富(날마다 넉넉해짐을 꾀할 뿐) 不要道家貧(가난을 말해서는 아니 되리)”라고 읊었다.


    평범한 인생에서 결코 확실하지 않는 건 꿈과 성공, 행운일 테고 누구나 지녀야 하는 것은 희망과 평화, 정직일 것이다. 함께 노력하면 비범한 일을 이뤄낼 수 있다 해도 가치의 기준은 세월 따라 변하게 마련이고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 큰 눈이 내렸을 때 일없이 돌아다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방 안에만 누워있어 ‘원안와설(袁安臥雪)’의 주인공이 되신 분도 계신다. 하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유혹을 훌훌 떨쳐내고 이겨낸 애연가의 금연이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촌각(寸刻)을 다투어야하는 바쁜 현대생활이라지만, 우리네 인생이 조금쯤은 느리고 여유롭게 흘러가길 기대해본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랍니다.


    2017년 01월20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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