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의 별이 되신 어머님'

  • 박남석 | 2017.02.11 10:39 | 조회 1676


    하늘의 별이 되신 어머님

    박 남 석 (토론토) 

     

    2017년1월26일(목) 01:25 향년 95세를 일기로 선생복종(善生福終)하신 모친에 대한 깊은 조의(弔意)와 따뜻하게 베풀어주신 위로와 사랑에 머리를 숙여 감사드립니다. 병상(病床)을 지켰지만 떠나시는 길목을 끝내 가로막지 못하고 놓쳐버린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많으신 분들의 위로와 격려에 힘입어 어머님의 장례를 무사히 가졌습니다.

     

    “사람이 태어날 땐 울지만 죽을 때는 웃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보내는 사람은 울지만 말고 차분한 마음과 정성으로 축원해드려야 할 터입니다. 4남2녀의 자식을 두신 저희 어머님의 삶은 아낌없이 베풀어주신 사랑과 희생의 나날이셨습니다. 자식들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사랑과 진실을 제공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들 말하긴 쉽지만 실행에 옮기는 일은 여의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님께선 남다른 장난 끼를 지니신 줄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해가 바뀌고 떡국 한 그릇 드실수록 곁들어 붙는 나잇값이라지만 하필이면 세수(世壽) 만96세 생신을 하루 앞두고 날 찾아봐라 숨바꼭질하시듯이 서둘러 떠나셨으니 말입니다. 내리사랑은 있을지언정 치사랑은 없다고 하지만, 옳거니 그것은 한낱 핑계에 불과할 것입니다.

     

    세상소풍을 마치고 떠나가시는 어머님수의(壽衣)에는 호주머니가 없었지만, 저희들의 사랑과 정성을 담아 미리 마련해둔 삼베수의를 단정하게 입혀 드렸습니다. 하늘나라 본향(本鄕)으로 가시는 길목에는 하얀 눈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습니다. 베풀어주신 가없는 사랑과 은혜에 한마디 감사말씀도 아뢰지 못한 부족한 저희들이 홀연히 떠나신 뒤 어머님생각에 뉘우쳐도 때늦은 후회와 눈물만이 눈앞을 흐리게 합니다.

     

    어머님을 여윈 슬픔에 경황없는 가운데 여러분의 위로가 커다란 힘과 보탬이 될 수 있었습니다. 꽃이 향기로 말하듯 우리도 향기로 말할 수 있었으면 오죽이겠습니다만, 머리 숙여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하늘의 별이 되신 사랑하는 어머님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고 감내(堪耐)하기 힘들지만, 조부모님, 부모님, 오빠, 언니, 동생 모두모두 반갑고 즐거운 해후(邂逅)를 나누셨겠지요. 어머님께서 자비로운 주님을 본받으며 몸소 실천으로 일깨워주신 생활과 교훈을 받들어 마음을 가다듬고 애써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부분을 놓치며 삽니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고, 듣고픈 것만 골라 듣게 됩니다. “옛것을 익히다보면 옛것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고 합니다. 대학(大學)에서 얻어들었듯이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뵈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겠지요.

     

    진리는 간명(簡明)한데 우리들의 깨달음은 어렵고 어리석은 때가 많습니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사는데 ‘페르소나(persona)’란 연극하는 사람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썼던 가면을 말합니다. 다양한 주체(主體)와 공간과 시간이 존재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입니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까치발로는 오랫동안 서 있지 못하고, 성큼성큼 걷는 걸음걸이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跂者不立, 跨者不行)”고 에둘러가며 일러줍니다.

     

    “만물(萬物)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신기루이며, 구름의 성(城), 꿈이요, 환영(幻影)인 줄을. 본질은 없고, 보이는 성질만 가지고 있는 것. 만물은 이와 같음을 알아라. 달이 호수로 옮겨간 일이 없는데도 밝은 하늘의 달이 맑은 물에 비친 것과 같음을.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메아리는 음악에서 소리의 흐느낌을 얻어 지니지만 그러나 메아리 속에는 멜로디가 없다.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마술사가 말한 황소와 수레와 또 다른 것들의 환영(幻影)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아 아무것도 보인 대로는 아니라는 것을.” -사마디라자수트라-[헬레나 노르베리-호지《오래된 미래》중에서]

     

    여러분 모두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2017년 2월10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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