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계절에

  • 박남석 | 2017.06.19 18:21 | 조회 1481


    아름다운 계절에

    박 남 석 (토론토)


    Victoria Day멋진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휘황찬란하게 수놓았다. 때 이른 무더위가 나무그늘을 찾게 하더니만 금주엔 숨고르기 하는 모양이다. 굽이굽이 산길을 걷다보면 한발두발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바람결 따라 온몸으로 춤추는 초록물결이 손짓한다. 저마다 목청을 돋우어 합창하는 새들의 지저귐과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숲길을 걷자니 맑은 숨소리가 온몸으로 천리향(千里香)을 맡는 기분이다. 컴퓨터자판에 얼굴 파묻는 대신 새벽공기를 가르기 위해 훌쩍 나선 자신이 한편으론 대견스럽게도 느껴진다.


    중국 ()나라시대 소동파(1036~1101)복어의 맛은 죽음과도 바꿀 만 하다고 읊은 탓일까만, 다른 물고기를 먹을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워가며 유별난 식감을 경험하긴 한다. 복어는 성질을 곧잘 낸다고 하여 진어(嗔魚)’로 표기를 한다. 그러나 나비가 날면 복어를 먹지 말라며 더 큰 위험을 상기시켜주는 속담이 말해주듯 뜻하지 않는 상황이 만만찮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테다.


    일본 교도통신이 20일 재미 핵물리학자 강정민박사가 부산 고리원전 3호기에 보관돼 있는 사용 후 핵연료 818(t)이 냉각기능을 잃어 화재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세슘137이 방출된 상황을 가정한 연구를 인용한 소식이라고 한다. 한반도의 절반가량이 세슘농도 1/200만 베크렐(Bq) 이상 오염될 수 있고 일본에서도 수천만이 대규모로 피난을 떠나야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보도다. 좋은 일에 애꿎은 일이 따르는 경우를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어찌 방정맞기 짝 없는 추측만으로도 끔찍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렴 개똥밭에 뒹굴지언정 저승보다 낫다는 이승이라고는 하지만,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서둘러 피신을 떠난 주제에 환궁(還宮)후 편협하기 짝 없는 논공행상이나 하는 선조가 공신(功臣)명단을 발표하던 날, 사관(史官)은 혀끝을 차며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고 한다. “훈장제도를 만든 이유가 어찌 이처럼 구차한 데 쓰려고 한 것이겠는가(丹書鐵券之設初豈若此之苟也)!”(선조실록 선조 37625)


    트럼프 이후 미국이 누더기가 돼버린 규범과 침몰해버린 기대치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음 행정부를 출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죽 끓듯이 재기되고 있다. 대통령의 국가기밀 누설 논란에 이어 러시아 내통 의혹과 FBI 수사중단 외압메모 특종을 NYTWP가 연거푸 터뜨리면서 전격적 특검임명이라는 뉴스에 대통령은 최대의 마녀사냥이라며 좌불안석(坐不安席)이고, 백악관 역시 혼돈에 휩싸여 마치 벌집을 들쑤셔놓은 것 같은 분위기와 다를 바 없다는 18(현지시간) CNN의 보도다.


    도연명(陶淵明) 쌀 다섯 말()의 봉록(俸祿) 때문에 허리를 꺾을 순 없다며 팽택(彭澤) 현령자리를 박차고 귀거래(歸去來)한 일은 유명하다뿐만이 아니다. 사면초가(四面楚歌)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을 손에 쥔 러시아 스캔들 특별검사에 임명된 로버트 뮬러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FBI 내에서 신화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수사와 관련해서 대통령이든 의회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과 타협을 거부함으로써 FBI의 권위를 바로 세웠다는 평가와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를 수사하는데 최고 적임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의 강직한 성품과 포기를 모르는 집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는 재임기간 중 두 차례나 사의까지 밝히며 부시대통령과 충돌했던 결과는 모두가 대통령이 아닌 뮬러의 승리로서 막을 내렸다니 말이다.


    참새는 낮게 깃들이길 좋아하고, 산비둘기는 주변 깨끗한 걸 좋아하지.(棘雀愛卑栖 山鷓喜淸廊) 참새는 높은 가시나무 가지에 앉고, 산비둘기는 낮은 곳 골짜기 샘으로 가네.(雀在高棘枝 鷓步低泉壑) 하얀 비단위에 그것을 그리니, 짧은 말이긴 하지만 그 요점을 알겠네.(圖之素絹中 短言識其略) 옛사람들이 하시는 말씀 늘 들었지, 군자는 의탁하는 바를 삼간다고.(常聞古人云 君子愼所託)”

    [황거채(黃居寀)의 산자극작도(山鷓棘雀圖) 화제(畵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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