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재실사(危在失事)’

  • 박남석 | 2017.09.22 07:25 | 조회 1373

                                 위재실사(危在失事)’

                                                                   박 남 석 (토론토)


    편안함은 사람을 얻는데 있고, 위험은 맡은바 일에 전심전력(全心全力)치 않았음에 있으며부유함은 오는 것을 맞이하는데 있고가난함은 때를 놓치는데 있느니.(安在得人 危在失事 富在迎來 貧在棄時)” 황석공소서(黃石公素書)에서 애면글면 일러준 글귀가 이런저런 생각을 키워준다.


    지구촌이 자연 재해로 인해 방방곡곡에서 인명(人命)과 재산피해가 나는 등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TV모니터를 통해 보면 처참해진 상황에 차마 눈을 뗄 수 없는 쓰라린 일들이 너무나 많다초강력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할퀴고 지난 상흔이 채 아물어지기 전에또 다른 이름의 돌풍 호세가 미국 남동부 해안 쪽으로 접근하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이런저런 빌미를 놓친 적이 없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고공 행진중이다텍사스 정유시설 여러 곳이 잠정 폐쇄됐기 때문이라고 내세운 허접한 빌미가 왠지 탐탁찮게 들려진다.


    요즘은 한국 뉴스가 둘째로 잠시 밀렸지만앞 다투는 톱뉴스에 불안감이 전화로나마 안위(安危)를 여쭙는 일이 더욱 잦아졌다.휴전이후 전쟁의 위협 속에 허구한 날 버텨온 후유증일까아니면 일상에 바빠서일까만 안보(安保불감증에 걸려 무감각해져 버린 듯도 하다물론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삶인 줄 안다그냥 웃어야 할지울어야 할는지오른쪽 뺨을 맞고 왼쪽 뺨을 내밀면 바보소릴 듣고 조롱꺼리가 될 세상살이다평화는 구걸한다고 그냥 얻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그 어느 때보다 안보인식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북한은 이른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위해 전략 도발을 지속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공포를 부추길 필요는 없지만 상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시나리오다화성-12형뿐 아니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의 화성-14형까지 완성도를 높여나갈 것이다이에 맞서 국제사회는 제재·압박의 수위를 높일 수밖에 뾰쪽한 선택의 여지가 없어 뵌다자신의 이익만을 꾀한다기보다 세상만사 빼앗고 빼앗기는 그 사이에는 검은 그림자가 존재한다결국 향후 한반도 주변정세는 고조된 위기 속에 도발(挑發)과 제재(制裁)’의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내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핵무장한 북한 앞에 빈털터리나 마찬가지인 우리정부의 관계자들은 복잡한 사안은 덮고 위험한 것은 숨기고 정권에 덜 해로운 쪽으로 기우며 정무적(政務的판단에만 몰입하고임기응변에 능하다는 못마땅하게 들리는 쓴 소리에 언짢은 심기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오늘날의 우리들은 화약고에서 철없는 불장난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공룡의 커다란 덩치가 뒤바뀐 환경에선 자신을 지켜 내지를 못했다평화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핵()은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가공(可恐하기조차 끔찍한 핵무기의 위력은 너 죽고 내가 살아남는 게 아닌 공멸(共滅)이 따를 뿐이다보다 깊고 넓은 안목으로 받아들였으면 오죽이겠다.


    새로이 알게 된 정보가 3개월이면 쓸모없는 구문(舊聞)이 돼 그 수명을 다하고 만다는 발 빠른 세상에도 한번쯤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은 고단한 삶의 희망을 로또(Lotto)에서 찾으려들기 십상이다사회가 불안정하고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대표적 불황형(不況型상품인 복권 판매량은 날이 갈수록 기록을 갱신해가기 마련일 테다희망에 부푼 일주일을 기다리게 해준다는 괴변(怪辯)에도 물끄러미 바라보는 무기력함을 떨쳐낼 수 있길 바라마지않는 우리들이다다들 힘내세요


    貧不足羞 可羞是貧而無志(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부끄러워해야함은 가난하면서도 잘 살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賤不足惡 可惡是賤而無能(천한 것도 싫어할 것이 아니다싫어해야할 일은 천하면서도 천한 줄 모르는 것이다.) 老不足嘆 可嘆是老而虛生(늙어짊도 한탄할 건 못된다늙도록 허송세월한 삶을 한탄해야할 일이다.) 死不足悲 可悲是死而無聞(죽는 것은 슬퍼할 게 못 된다슬퍼해야 할 것은 죽으면 아무런 가르침도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곤(呂坤)/신음어(呻吟語)]


    2017년 922일 KREP




    수정 삭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