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쿵저러쿵’

  • 박남석 | 2017.09.29 17:35 | 조회 1908


    이러쿵저러쿵

                                                                                 박 남 석 (토론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고마우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도 함께 전해드리고픈 풍요로운 계절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들에게 오늘은 커다란 선물입니다. 네 것 내 것 다투는데 급급한 우리가 아니라 비록 콩 한쪽일지나 나눠가지려는 마음가짐이면 그 얼마나 좋겠습니다. ‘자기 뜻하는바 행하여도 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종심(從心)이라지만, 내 생각과 다르고 정성을 몰라준다하여 서운해 하는 우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겠습니다.


    LA타임스는 놀라울 정도로 심드렁한(surprisingly blase) 한국인들이란 제목의 89일자 기사에서 북한의 잇단 미사일도발로 긴장상태가 최고조에 치솟았지만, 놀라기는커녕 빈손 한국은 왜 이리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차분한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분위기를 전합니다. ‘고지식할 정도로 약속을 지킨다거나, 융통성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미생지신(尾生之信)’ 성어(成語)가 있습니다. 상황이 유동적이고 불확실해질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한반도에서의 재난적(災難的)인 상황을 막기 위해 대북(對北)정책뿐만이 아니라 대미(對美)외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의 전례 없는 말 폭탄이 정점(頂點)을 치달으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정부는 한미관계가 긴밀하다 강조함은 대북정책을 실행하는데 있어 협의하고 있다는 뜻이겠지만, 한반도 위기가 지금보다 고조(高潮)될 경우 해법을 둘러싸고 양국 간의 뜻하지 않는 이견(異見)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排除)할 순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사회적인 규범 안에서 삶을 영위해 나아갑니다. 재주가 출중하지만 덕()이 부족함을 재승덕박(才勝德薄)이라 하고, 우선순위를 자기에게 이롭게 하려듦은 인지성정(人之常情)이지만 아전인수(我田引水)라며 너스레를 떨 줄도 아는 우리들입니다.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려들 처지가 아니어도 어느 날 식탁위의 숟가락 색깔이 바뀔 수 있는 세상일에 저런 선택을 하는 수도 있구나의 느낌으로 다가서는 일을 지켜보는 경우가 적잖긴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보은(報恩)하려는 마음이라도 잊지 않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가 UN 총회에서 캐나다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한다는 내용의 기조연설로 국제적 관심을 모았습니다. 뉴스미디어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꺼이 자국의 잘못을 인정하는 연설을 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대다수 연사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강조하거나, 국제적 갈등에 관해서만 얘기하는데 캐나다 원주민들은 굴욕, 차별, 학대 등의 쓰라림을 겪었고, 너무나 많은 원주민들이 오늘날까지 권리를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점이 부끄럽다고 피력한 총리(總理)의 용기와 혜안(慧眼)에 남다른 대견함과 자랑스러움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사회적 통합과 포용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국내적으로 잘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른 나라에 인권 증진을 압박하려면 캐나다 역시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장 기능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어디선가 얻어들은 표현을 새삼스레 실감합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李陸史) 광야(曠野)]


    2017 929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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