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누구를’

  • 박남석 | 2018.03.22 16:15 | 조회 1157

    누가 누구를

    박 남 석 (토론토)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처지에 따라 하루가 천 년 같고 때론 천 년이 하루 같다고 느낀다. “안녕하세요?” 안부를 여쭙는 수화기너머로 L선생님의 목쉰 음성이 들려온다. 뜻하지 않게 얻어든 감기로 부터 어느 누구나 자유로울 순 없지만, 하루빨리 호전되시기 바라는 마음이 대신해드릴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부끄러움이 앞장을 서기도 한다.


    세파를 이겨낸 주름진 얼굴은 예술가의 사랑스런 솜씨로 위로받을 수 있고, 힘들고 고단한 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도록 노력해 나아갈 일이다. 소동파는 전적벽부(前赤壁賦)’의 초두(初頭)에서 맑은 바람이 서서히 불어와 물결도 일지 않는다.(淸風徐來水波不興)”고 했다는데 심한 몸살감기로 인해 시끌시끌한 콧속과 신체적인 고통과 불편함을 반겨 맞이할 일은 아닐 테다. 기쁘거나 슬픈 때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는 잠언을 반추해가며 건강에 대한 감사와 어려움을 헤쳐이기는 용기를 지녀봄직도 하다.


    인플루엔자독감의 경우 임상적으로 예방주사가 널리 사용되고 예방, 효과 역시 우수하지만, 감기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균(바이러스)의 종류가 하도 많아 예방주사의 실용화는 이제껏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인지도 모른다. 현대의학이 계속 발달해 간다면 머잖아 획기적인 감기의 예방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어 인류가 감기에서 해방되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날이 현실로 다가올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 우리들이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백신은 28종까지 있다지만 바이러스의 변종이 늘어나거나 내성(耐性)이 생겨 잔가지에 이는 바람이 홍수에 물이 불어나듯 하는 형편이었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각광을 받는 분야는 바이러스 종류와 관계없이 예방이 가능한 범용(汎用) 백신(universal vaccine)’이라고 한다. 특정한 질병의 예방차원을 넘어 약해진 면역세포를 되살려 전이(轉移)된 암세포까지 없애고 모든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범용 백신이 개발돼 상용화 직전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얻어들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서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이 우러난다. 지구촌에서 우리는 달의 한쪽 얼굴만 볼 수 있다. 우리가 달의 한쪽 면()만을 볼 수 있는 이유는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기 때문이다. 인류가 처음으로 달의 뒷면을 보게 된 것은 지난 1959년으로 구소련이 발사한 루나(Luna) 3호 덕이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나뭇가지엔 새움이 터 오른다.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가하면 머잖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된다. 세상사 모든 게 다 그렇게 한 순간인 것을. 우리가 남모르게 겪는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듦은 나 혼자뿐이라는 소외감이 아닐는지. 작으나마 관심을 기울이고 나눠봄직도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자력(自力)으로 걷는 체력이 있는 한, 짧은 거리라도 양 손을 흔들면서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면 가슴과 허리 근육도 사용하게 되어 전신 운동으로 삼아낼 수 있겠다. 평소 의식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하철역에서도 오르내릴 때 계단을 애용하고 에스컬레이터를 멀리할 일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닐지라도 무료 피트니스라고 생각하며 두 발로 뚜벅뚜벅 걷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쁨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람들은 따끈한 국물을 식은 밥이나 국수에 여러 차례 토렴을 하고, ‘술은 환백(歡伯)이 되어 근심을 없애주고 즐거움을 가져온다.’고 노래를 한다

    화로에 땔감 다 보태고 옷을 더 껴입어도 / 한 잔 마셔야 비로소 알지 멍한 듯 따뜻함을 / 서리가 내린 뒤 추위야 어쩔 수   없다지만 봄이 술 항아리에 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添盡紅爐著盡衣 一杯方覺暖如癡 人言霜後寒無奈 春在甕中渠不知)” / [양만리(楊萬里)/南宋, <고한(苦寒)>]


    2018 322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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