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 닥터'(Show Dr.)

  • 박남석 | 2018.03.30 08:25 | 조회 1088

    쇼 닥터'(Show Dr.)

    박 남 석 (토론토)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 판다고들 하지만마음이 다급해진 매화가 만발했다고 전해오는 고국의 꽃소식이다공원산책길 숲속의 나뭇가지에 감도는 연둣빛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러 일으켜준다그러나 우리들의 한결같은 마음과는 달리 동장군은 쉽사리 물러서질 않으려나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왜곡된 상식일랑 깨우치자는 뉴스에 눈길을 모았다.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둔갑했다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하지만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적잖다함량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며 그릇된 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쇼 닥터(Show Dr.)를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임계(臨界)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그들의 말대로라면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병고(病苦)에서 해방된다니 말이다.


    식품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 몸에 좋으라고 먹는 게 아니다부족한 사람한테는 좋고넘치는 사람에겐 나쁜 게 식품이다의약품은 약사법으로 관계기관이나 당국의 규제를 받는다건강보조식품은 의약품으로서의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질병의 치료예방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며 선전해서도 아니 된다의약품은 임상성적을 제출해 관계기관의 허가를 취득한 것이고건강보조식품은 그러한 절차가 필요 없이 제품등록만 한 것이다시중에서 거래되는 품목 중에는 과학적 근거보단 과대 허위선전에 가까운 황당한 것들이 적잖지만몸에 좋다 하니 많이 먹을수록 좋을 것으로 소비자들은 착각한다.


    건강에 도움 주는 식물 속의 물질을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이라 하고필수지방산을 리놀렌산(Linolenic acid)’ 혹은 오메가 지방산’, 비타민 E를 토코페롤(Tocopherol)’이라고 하면서 뭔가 신비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일삼지만 사실은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식품에 함유되어있다한 가지 식품에 온갖 영양소가 집약되어있을 리 천부당만부당하다. “식품은 약이 아니다일상 골고루 섭취하고 있는 식품이 모두 건강식품이다.”고 권고해주는 의견에 귀가 얇아서가 아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몸에 좋은 식품이란 없다는 주장에 보편타당성이 있어 그 내용을 여기에 옮겨왔다.


    음식물은 골고루 맛있게 섭취하고 과식하지 맙시다팔진미오후청(八珍味五侯鯖)을 가까이하기 보단 규칙적인 식사시간과 배변(排便)·배뇨(排尿습관을 생활화 해보십시오숙면과 기상시간도 함께 따른다면 더할 나위 없을 줄로 압니다겪어봐서 알지만물 찬 제비처럼 발걸음도 가볍게 산책길을 누벼보십시오천리 길도 한걸음부터이고 시작이 반이라 합니다.


    세상에 굴건(屈巾)쓰지 않는 집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옛말이 있었지요생김새나 바탕이 되는 몸체를 지닌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나 물에는 일정한 형체가 없다깊은 골짜기도 세월 따라 높은 산이 될 수 있고지식은 사물을 알게 하지만 지혜는 먼저 내가 나를 알게 해준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 폄하하기에 앞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을 하게 마련이나 과유불급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줄로 안다.


    () 구름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요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다보면 티격태격 볼썽사나운 일이 잦아지기 쉽다오죽했으면 진잎죽 먹고 잣죽트림 한다.”고 했을까마는 고집이 덕지덕지 낀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독단(獨斷)과 치우친 편견일랑 불을 보듯이 뻔하다뉘시라 틀리거나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고 저마다의 생각이 다를 뿐인데 콩이야 팥이야 떠들어대니 거참이다.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또한 잘못을 지적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뿐이라고 익혀들었다하룻길을 걷다보면 어처구니없을 경우도 겪지만 한 번 쯤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가 있다꽃은 피고지고 하지만 인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을 받들어주는 힘이다고 믿어마지 않는다.


    손바닥 

    꽃빛아래 놓으니

    꽃빛 그늘 앉아 아롱집니다


    몇일전 간

    비원에서 본

    그 꽃빛생각 절로 납니다


    그 밝음과 그늘이

    열렬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꽃빛천상병 ]


    2018년 330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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