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감사의 계절

  • 박남석 | 2018.05.17 12:35 | 조회 991

    사랑과 감사의 계절

    박 남 석 (토론토)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洗手)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 신록의 달이다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피천득, ‘오월(五月)’중에서산책길 따라 굽이쳐 흐르는 맑은 물소리와 함께 마음까지 맑아오는 것 같다.


    봄볕이 따스해지는 이맘때쯤이면 푸성귀가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번철(燔鐵위에서 기름을 두른 파전은 감칠맛으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미각의 전령사가 된다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겐 밤과 낮이 따로 없고참되게 살아가는 이에겐 두려움이 없다지요머잖아 우리가 더위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선 어쩔 수 없는 차이를 느끼겠지만무더우면 더운 대로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려 좋고숨 막히도록 덥거든 북풍한설을 생각해보았으면 얼마나 좋겠다.


    세상에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삶을 영위해 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서도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일 테다하오나 다른 사람의 심리적인 고통을 외면하고 서로가 왜 아프고 고통스러운지 말하고 듣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적잖음을 보고 느낀다몸보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서 아픈 사람들만이 말을 아끼며 살아가는 건 아닐 테다배꼽이 복부(腹部)보다 더 크진 않아도 자신의 아프고 힘든 처지만큼 이웃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 아닐는지행여 감싸고 보듬어주진 못할지언정 자신의 기준으로 예단(豫斷)하고 상처에 소금치고 재(뿌리기보단 두 손을 내밀며 다독일 줄도 알았으면 오죽이겠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이런저런 사연이야 저마다 한 아름이겠지만 때로는 넘어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도 한다내키지 않은 선택과 어쩔 수 없이 강요받은 사람들의 삶을 전혀 다른 시대다른 조건에서 살아가는 재3자가 함부로 평가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본인이 인정받을 때만큼 다른 이들을 존중해주어야 사회나 국가도 바로 선다전성시대를 구가하던 블루오션이 뜻하지 않은 일로 발목을 붙잡혀 레드오션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매사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생각을 키우고 좋은 일이 생기면 더욱 행복한 일을 이룰 수 있는 아름다운 날들이 되기를 기원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 국무장관은 최근 취임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기존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신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개념을 언급했다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북한과 논의할 것이 과거보다 많아졌다며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등을 핵과 함께 폐기해야할 대상으로 거론했다이렇게 미국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핵무기와 ICBM 폐기를 공약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할 가능성과 미국이 수용하기 어렵다고 할 미묘한 심리적 변화가 돌발 변수이긴 하겠다.


    세월의 간극(間隙)을 좁힐 순 없을지언정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를 방불케 하는 채용비리 의혹과 좁은 취업문은 국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채용만이 아니라 승진과 인사발령특혜 등 다양한 인사 비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고질적인 병폐는 어제오늘의 상황만이 아닐 것이다일벌백계(一罰百戒)라며 총체적 비리를 근절하는 방안이라고 말하지만 미봉책으로 끝나버린 경우가 여전한 모양이다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 놓았듯이 말이다.


     삶은 잠시 머묾이라 죽지 않을 수 있는 날이 없네 더딤과 빠름 사이에서 구차한데 어디에서 성냄과 기쁨을 드러내나 아침에는 한 덩이 돌을 옮기고 해질녘에는 한 줄기 물을 끌어오지 이 가운데서 또한 무엇을 즐기랴 한 번 웃으면 그저 그 뿐인 것을” /

    (吾生本暫寓 無日不可死 區區遲速間 何地著慍喜 朝移一株石 暮引一脈水 是中亦何樂 一笑聊爾耳

    [육유(陸游)/南宋,신필(信筆)]


    2018년 517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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