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마’하니…’

  • 박남석 | 2019.04.17 19:28 | 조회 694

    설마하니

    박 남 석 (토론토)


    봄의 문턱을 넘어설 즈음이면 향긋하고 아삭한 식감의 달래와 미나리 생각이 군침을 머금게 한다. 밖은 아직도 꽃샘추위가 코끝을 시끌시끌하게 하지만, 이른 아침 공원산책길에 활짝 피어난 상고대를 보고 우리들은 움츠러듦 없이 덩달아 탄성을 자아냈다.


    일상이 때론 버겁고 힘들지나 “This, Too, Shall Pass Away!”(이것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격려의 말씀은 마음의 중심을 잡아준다. 역사는 현재의 기준이 잣대가 되어서도, 만약이란 가설도 역사학적으로 존재가 불가능하다. 사실 모든 방법은 완전하질 않거니 설마가 사람 잡는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 대소(大小), 선후(先後), 경중(輕重), 완급(緩急)을 가린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테다. 지난역사를 통해 잘못된 전철(前轍)을 밟지 않게끔 지혜를 함양(涵養)하여 배우고 또 익혀야 할 현명함이다.


    졸업시즌이다. ()학교 졸업생이 대강당에서 3D프린터로 제작된 자신들의 흉상 친구와 나의 손으로 만지는 졸업앨범을 전달받은 뒤 촉감(觸感)으로 보고 있는 사진뉴스가 가슴 뭉클하게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시스템이 기계화, 자동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상대적 약자도 사회구성원인 만큼 이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학교측의 자상한 배려와 세상의 기술 변화에 깊이 감동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인생도 날마다 오늘 같은 새봄이었으면 오죽이겠다.


    백호(白虎) 멘델의 유전법칙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나는 동물인 만큼 태어날 확률도 매우 낮지만 보존해야 하는 ()’이 아니다는 뉴스가 대문짝만하다. 동물원을 찾는 남녀노소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백호는 신기한 외모와는 달리 슬픈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유전적인 질병과 고통을 잔뜩 안고 태어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열성돌연변이(劣性突然變異, recessive mutation)이기 때문이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물은 4°C에서 체적(體積)이 가장 적고 수온이 높아질수록 체적이 늘어난다. 해수면 상승의 진정한 무서움은 얼음 따위가 아닌 바닷물의 온도상승이 정말 무서운 것이다. ‘해수면(海水面)의 공격이라는 인포그래픽은 그린란드의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6.5m 상승하고, 남극 빙하가 녹으면 73m를 상승하는 것을 가정해 해마다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도시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은 2030년까지 37%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이에 동참하고 있지만,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2017년 탈퇴선언을 하며 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진 않다.


    높이를 내세우며 경관(景觀)을 자랑하는 아파트라면 어김없이 49층인데, 이유는 50층부터 적용되는 안전규정 때문이라고 한다. 50층 또는 200미터 이상이면 초고층 건축물로 분류해 30층마다 한 층을 통으로 비워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해야 하고, 지진이나 테러, 해일 등에 대한 40여 가지 심의도 받아야하는 반면 49층 이하는 규제가 훨씬 가볍다. 한 층을 비울 필요 없이 피난계단만 넓게 설계시공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딘가 허술한 법규를 회피하려는 마음이면 누구나가 일가견(一家見)을 가진 셈이랄까? 그래서 법률이나 규칙 끝에는 내용을 보충하기위해 덧붙이는 부칙(附則)이 따른다.


    왠지 모르게 나도 당첨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설렘이 이번 행운의 주인공은 당신일는지 모른다!’는 지인의 권유에 복권을 샀다. 입술에 침 바르지 않아도 일주일을 든든하게 느낀다는 현실이 달갑진 않지만, ‘당첨만 되면하는 근자감이란 생소한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더니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부연(敷衍)설명을 들었다. ‘입만 열면 지혜가 저절로 나오고, 혀만 움직이면 상냥한 교훈이 쏟아져 나오는 신화속의 사람이 세상어디에 있을까마는, 60년 전 흑백사진을 보면 감회가 새롭지만 실제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


    2019 38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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