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나 깨나 불조심!’

  • 박남석 | 2019.05.01 07:38 | 조회 1197

    자나 깨나 불조심!’

    박 남 석 (토론토)


    지난 4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한 주유소 맞은편 전신주 변압기 전선에서 튄 불꽃이 강풍을 타고 주변 산과 속초 시내고성 해안까지 삽시간에 번졌고반나절 만에 강릉 시가지 일부까지 화마의 위협을 받았다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삼림 1,757ha을 소실시킨 산불에 대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안전대책 본부는 14,000여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진화(鎭火)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긴급뉴스다.


    이번 산불은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불리는 동해안지역의 거센 바람에 피해가 커지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들이 많았지만일사불란한 소방당국의 진화작업과 그들의 투혼은 커다란 감동을 일으켜주었다위기상황에서 서슴없이 내밀어주는 온정의 손길도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진화작업에 소방관경찰군인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국민들과 하나가 되어 재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던 헌신적 노력에 진심어린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린다.


    전국적으로 건조주의보가 발효되는 늦가을과 이른 봄 사이 화재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청명·한식, 식목일 즈음에는 뜻하지 않은 부주의나 자연발화에 의한 산불이 다발하는 특별 경계기간이기도 하다재난은 제3자에겐 한순간의 참혹한 이미지로 남겠지만생활의 터전을 잃은 현지주민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큰 상처와 난관을 헤쳐가야 할 어려움이라니 생각만 해도 억장이 무너져 내릴 심정을 헤아리기조차 어렵다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 자나 깨나 불조심꺼진 불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동물들도 많다삶의 터전 자체를 잃어버린 야생동물들도 있고 필요에 의해 인간 곁에서 사육되다가 피해를 입게 된 경우가 대부분일 테다돼지양계장의 닭·병아리사슴체험농장의 동물들도 적잖았다불법 개()농장의 견공들집을 지킬 목적으로든 인간의 손에 의해 길러진 많은 반려동물들이 평상시는 함께였지만 위기상황에선 철저하게 따로였다는 신문기사가 비수(匕首)처럼 뇌리(腦裏)에 꽂혀 부끄러움이 어찌 몸 둘 바 모르게 하고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라에선 세상일이 물러간다기에 지팡이 짚고 흰 구름 가까이 오두막집 자주 찾아가지 ()사람이 한 달 만에 병석에서 일어나보니 동산 나무는 사월 초()라 꽃잎 흩날리네. / 조각달은 아스라이 계곡에서 떠오르고 바둑돌 평상 위에 책과 함께 흩어졌네. / 태평성대라 재능 있어도 쓸모가 없나니 사립문을 닫아걸고 자허부(子虛賦)나 지으려네.’

    酒國眞堪世事除 仙筇頻到白雲廬 山人病起三旬後 園樹花飛四月初 /

    微月蒼茫生石澗 殘棋錯落伴床書 明時才器還無用 空掩柴門賦子虛” /


    세상사 잊고자 산중에 사는 친구네 집을 찾아가 함께 술잔을 기울여가며 속내를 털어놓는 정경이 그려진다중국 전한(前漢)시대의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초나라 임금이 운몽(雲夢)에서 사냥하는 광경을 서술한 <자허부(子虛賦)>에 오유선생(烏有先生)은 어디에(무엇이있느냐’, 자허(子虛)는 헛것’ 또는 빈 말’, 무시공(無是公)은 이런 것이라곤 없다는 뜻의 실존하지 않는 그들의 입을 빌려 완곡하게 간()하는 풍간(諷諫)의 뜻을 담고 있다.


    일손이 부족할라치면 지팡이라도 도움을 청해야할 농번기를 맞이했어도 뜻하지 않게 찾아든 번민을 달래야하는 농부들의 허탈함과 뼈아픈 심정을 어이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건강과 용기를 잃지 않으시길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2019년 419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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