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찌 그 뿐이랴’

  • 박남석 | 2019.08.22 10:33 | 조회 643

    어찌 그 뿐이랴

    박 남 석 (토론토)


    여름 줄게 가을 다오!”하던 마음이 굴뚝같았을 때가 엊그제였는데… 소낙비가 연거푸 내린 뒤 우리들을 멋쩍게 한다위기는 불을 보듯 명확한데어떻게 할지 어느 한 곳 뾰족함이 보이지 않는다. “믿음이 부족하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자신을 믿는다.”던 사각(四角)링의 전설 알리는 “Float like a butterfly, stings like a bee!”(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 했지만짐짓 인생의 무상(無常)함을 젊은 날 예측(豫測)하진 못했으리라.


    풀잎에 맺힌 이슬이 영롱(玲瓏)하게 빛나는 아침이면 예쁘게 피어난 꽃에서 꿀을 얻기 위해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벌·나비가 있다세상에 항상 좋은 일만 벌어지면 오죽이겠다홍콩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누비는 모습들이 화면에 가득하다. “홍콩인 힘내라홍콩인 힘내라!” 범죄인 인도 법안 철회에서 시작했지만이제는 보다 더 근본적인 요구가 표출되고 있다중국 지도부로서는 1989년 천안문 사태 같은 유혈 진압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 크기 때문에 홍콩 시위가 계속되는 것도 여간 마뜩치 않은 상황이라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고 권력자의 뜻보다는 철저히 증거에 입각한 수사원칙을 갖고 있는 미국의 사법시스템은 당쟁(黨爭)과 정쟁(政爭)으로 분열(分裂)된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중국공산당의 정책하달과 관련한 관료(官僚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상부의 뜻을 깊이 헤아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촤이모상이’(揣摩上意)을 유념해야 한다전국시대(戰國時代)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중국 관료들의 뿌리 깊은 관습이다사뭇 대조를 이룰 것 같은 일본인들의 손타쿠(忖度·윗사람의 뜻을 읽어서 행동함)’도 별반(別般다르지 않다.


    접점(接點)없이 불거진 갈등과 진퇴양난의 양상이 하고많은 세상살이다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populism)을 선택한 정치권력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에 복지부동(伏地不動)하며 충견(忠犬)을 자처하는 관료들필봉(筆鋒)은 꺾이지 않는다는 본분일랑 깡그리 잊은 언론어용(御用)학자들의 곡학아세(曲學阿世)…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직도 문제점은 수두룩하고 원성(怨聲)이 그칠 날은 있을는지? ‘머리 없는 손발’ 역할을 요구하는 무리수를 두기보단 한발 뒤로 물러서서 살피면 전체가 훤히 보일 수 있는 줄로 안다.


    오가는 계절 따라 냉탕(冷湯)과 온탕(溫湯)도 번갈아가며 노출되어봤겠지만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함부로 지껄일 일이 아니다아무렴 호언장담하지 못할 일이다뉘시라 힘닿는데 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싶지만칭찬을 받으면 겸손해져야 할 텐데 경거망동(輕擧妄動)해져가니 이것 또한 참 이상스럽다알찬 벼이삭은 고개 숙인다고 했다.


    천고(千古) 영웅은 잘 울었으며 미인은 눈물이 많다지만우리는 명쾌한 해답(解答)을 찾아내야만 할 것입니다이제껏 그래왔듯이” 맛있는 만두(饅頭)와 관련된 얘깃거리에서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인신공양(人身供養)을 회피(回避)하고자 사람의 머리 비슷하게 빚어 공양을 드린 음식이 만두(饅頭)라니 하긴 그래~’하며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진다.


    移花來種草堂前 紅紫紛紜間淡烟 莫嘆朝開還暮落 人生榮辱事皆然

    꽃을 옮겨 초당 앞에 다시 심으니 엷은 연기 사이로 울긋불긋 흐드러졌네. /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고 탄식일랑 마소. / 삶의 굴곡진 일이 다 그러하거니. -

    고산지원(孤山智圓)/北宋,재화(裁花)]


    2019년 822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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