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석위호(射石爲虎)’

  • 박남석 | 2020.08.27 14:37 | 조회 450

    사석위호(射石爲虎)’

    박 남 석 (토론토)


    자연 재해(災害)의 위력에 섬진강과 낙동강 제방이 무너져 내린 물난리의 피해가 아연실색(啞然失色)하게 한다산사태가 발생하고 강물이 넘쳐흘러 교량이 잠기고 도로와 농경지가 침수되어 물바다를 이룬 마당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도 한낱 무용지물(無用之物)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바위를 호랑이로 알고 활시위를 힘껏 당겼더니 돌에 화살이 꽂혔다성심을 다하면 아니 될 일도 이룰 수 있다고 일러주는 사석위호(射石爲虎)가 있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 있다는 말씀을 익히 얻어 들었건만 뒤늦은 후회를 하는 우리들이다.


    한국에서 들불처럼 유행하던 먹방은 중국에서 츠보(吃播·먹는 방송)’라고 불린다저마다 생각이 얼마든지 다를 순 있다지만 스스로 선택한 행동의 결과로 거추장스럽게 인공항문(人工肛門·stoma)을 달고 연명하지는 않아야겠다한낱 과시욕(誇示慾)은 가관(可觀)이지만 에둘러 말하기보단 직설적인 표현이 훨씬 효과적일 때가 있다우리네 인생은 겸손에 대한 수업인 줄 알았으면 오죽이겠다.


    식품위생법 세부표시기준에 따라 0kcal가 아니어도 100g당 40kcal 미만이거나 100ml당 20kcal 미만이면 저()칼로리(0kcal) 표기 가능하다고 한다식품의 영양성분 강조표시는 섭취가 제한되는 영양소인 열량총지방포화지방콜레스테롤 등이 100g/100ml 당 기준치 이하일 때 넣을 수 있다제로(zero) 콜라는 100ml 당 4kcal 미만이기에 0kcal로 표기할 수 있고 무()지방 우유도 100g/100ml 당 유()지방이 0.5g 미만이면 무()지방으로 표기할 수 있다. 100g/100ml 당 10g 미만이면 저()지방으로 표기한다무가당(無加糖)이라고 당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당분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자나 깨나 기억해둘 일은 이 세상에 제로 음료는 ’ 뿐이다.


    세상에 뭐든지 많이 먹으면 건강에 이롭지 않고 적당히 먹어 해로운 음식은 없다외신에 따르면 낭비는 부끄러운 것이고 근검절약이 영예로운 것이라면서 중국전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위한 캠페인에 들어갔다고 영국 가디언이 관영 신화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체면을 중시(重視)하는 그들의 음식문화는 필요이상으로 준비하는 것이 흔하여 버려지는 음식물 또한 적잖케 마련이다식당을 방문한 손님 4명이면 3가지만 시키는 광반행동(光盤行動·접시 깨끗이 비우기캠페인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잠잠해진 줄 알았던 COVID-19 신규 확진자가 갑자기 증가하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格上)됐다언제쯤 팬데믹(pandemic)으로 부터 자유로워질는지 모르지만 상황판단과 인식(認識)은 재각각인 듯하다입맛 따라 늘어난 배둘레햄을 두고 핑계를 찾고 싶진 않다내가 정한 잣대로 남을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오죽이겠다내가 아프면 남도 아프고 남이 힘들면 나도 힘들어지게 마련이다거꾸로 나잇살을 더해가는 것은 아니지만뜻하지 않게 자신을 가두려들지 말고부글부글 속 끓이지 말고 제 속을 파먹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국어 번역(飜譯)의 어려움을 두고 The translator is a traitor.(번역은 반역이다)고 한다중국의 구이저우(貴州)지방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흉흉한 유언비어가 지진의 전조(前兆)증상과 연관시켜 공포심을 부추긴다고 한다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상상력에서 기인하게 마련인데 관계당국은 허튼 소문을 믿지도 퍼뜨리지도 말라고 한다니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모든 나무들이 다 폭풍에 쓰러진 건 아니다 모든 씨앗들이 다 뿌리내릴 땅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니다 모든 참 사랑이 다 인심의 사막에서 유실된 것은 아니다 모든 꿈들이 다 자청(自請)하여 날개를 꺾은 건 아니다 모든 것이 그대가 말씀 한대로는 아니다 모든 화염이 다 스스로를 태워 버리기만 하고 남을 비춰주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모든 별이 단지 어둠만을 가리키며 새벽을 알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든 노래가 다 귓가에 스쳐지나간다 모든 호소가 다 반향(反響)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손실에 다 보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심연(深淵)이 다 멸망(滅亡)만은 아니다 모든 멸망이 다 약한 자의 머리에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심령(心靈)이 다 발에 짓밟혀 진흙탕에 짓이겨지는 건 아니다 모든 결과가 다 눈물과 피에 얼룩져 밝은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게 아니다 모든 현재는 미래를 잉태하며 미래의 모든 것은 어제로부터 자라난 것이다 희망을 갖고 그것을 위해 투쟁할 일이다 이 모든 것을 그대의 어깨에 짊어질 일이다.”

    수팅(舒婷), 또 하나의 모든 것》 에서 ]


    2020년 827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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