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메, 단풍 들었네!’

  • 박남석 | 2020.10.23 10:05 | 조회 352

    오메단풍 들었네!

    박 남 석 (토론토)


    공원 숲길도 제법 엉성해졌지만 자연은 아름답고 세월은 잘도 흐른다팬데믹에 뒤따르는 준수사항이 여간 번거롭지만 않은 것은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는 자연의 향기로움과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굽이쳐 흐르는 Humber 강 위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조차 감미롭다어제는 동네약국에서 독감 예방접종이 실시된다기에 일찌감치 팔 걷어 올리고 따끔한 맛을 보았다찬바람이 거세지기 전에 예방접종 할 수 있어 좋았다


    개가 사람을 물었다면 아무도 관심 없고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모두 쳐다보는 게 대중의 심리인가소설가 C씨가 자신의 등단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유학’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며 민족정기(民族正氣)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반민특위(反民特委)를 부활’, 150만명 정도 되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진영(陣營)간의 논리가 첨예화(尖銳化)됐다는 후일담을 얻어들었다


    어느 누구나 내 니라가 잘되고 융성하길 바랄 터인데 원로 작가의 주장에 따르자면 일본에 유학만 다녀와도 친일파가 되더라는 정치와 권력에 대한 태도가 어떠하든 황당한 발언과 흑백논리에는 수긍(首肯)이 가질 않는다독립된 존재로서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할 작가는 국가와 권력에 꼬리를 흔들면 안 된다” 주장하는 이들은 국가가 채찍을 내치면 저항해야하고사탕을 주면 거부해야하고자존심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잘난 맛에 사는 이들은 사탕발림인 줄 익히 아는지(?)모르는지(?) 유유자적(悠悠自適)한다는데논어(論語)에서는 사람 사는 도리는 정직함인데정직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건 요행히 화()를 면한 것일 뿐이다.”고 일러준다선현(先賢)들께서 남겨주신 말씀에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지혜와 깊은 사색(思索그리고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가르침이 담겨져 있다.


    섣불리 누굴 만날 약속을 잡기도 어려운 시기에 지인들과 영상전화로만 안부를 묻는 삶의 형태가 멋쩍다머지않아 백신이 개발되어도 독감 이상으로 조심해야 한다니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는지 모른다하고 전문가들은 COVID-19 감염자 급증으로 외출을 꺼리고 소비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기 회복이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멀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너나없이 어려워진 상황에서일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분들의 통사정을 듣노라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억장(億丈)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꽃노래도 삼세번이라지요동파(東坡)가 복어의 맛은 죽음과도 맞바꿀 만 하다고 노래한 탓일까 마는… 신경 바짝 곤두세워가며 입맛다셔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아무렴 하나뿐인 목숨 내걸고 탐닉했다는 소식(蘇軾)이 일러준 식도락에 선뜻 동의하긴 어렵다마다무심하게도 하루가 지나가는데 100세 시대라고 한다오래 머물러있을 것만 같던 어제가 갔고 찾아들지 않을 것 같던 내일이 슬그머니 자리를 차지할 테다이뤄놓은 것은 없어도 특별한 기저(基底)질환이나 사고가 아니라면 누구나 오래 살게 되는 시대이다하오나 유병(有病)장수보단 무병(無病)장수해야 할 일이다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에 두루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고 보람된 하루를 아름답게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솜씨가 있고 없고잘나고 못나고서로 따지는데 /

    술 한번 취해서 몽땅 잊음이 어떨는지 /

    하늘과 땅 사이 넓고 좁음을 그대는 아시는지? /

    독수리 물수리 난새 봉황새 제멋대로 나는 세상” /

    백거이(白居易)의 술을 마주하여]


    2020년 1023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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