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유불급(過猶不及)’

  • 박남석 | 2017.10.06 07:38 | 조회 1369

                                            과유불급(過猶不及)

                                               박 남 석 (7전남대캐나다동부 ROTC연합회)


    정도(程度) 지나침은 부족함보다 훨씬 못하다는 의미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생각을 키워준다. ‘시계바늘이 짧고 길다는 걸 행여 탓하지 말라’ 하지만세상사 모든 것이 지나고 나면 그렇고 그저 그런 거라고들 말하기도 한다역사에서 가설(假說)은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곤룡포(袞龍袍)를 입혔다고 아무나 왕이 되는 건 더군다나 아닐 것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의 주요 원인으로 A4 용지보다 좁은 공간에 산란계(産卵鷄)를 가둬놓고 알 낳는 기계로 전락시킨 밀집 사육환경이 지목된다아무렴 동물복지는 요원한 셈이지만닭은 제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와 벼룩을 털어내기 위해 흙모래 목욕을 하여 없앤다허용 기준치 이상 살충제를 사용한 산란계농장 59%가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HACCP·해썹)’을 획득한 것으로 드러났지만친환경인증 농가에서마저 해충박멸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두고 너나없이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속담이 뉴스를 지켜볼 때마다 떠오른다그 어느 누구도 진실을 말하기는커녕복지부동(伏地不動)하니 더욱 그렇다.


    식품의 안전성과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용어인 해썹(HACCP)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생산가공그리고 유통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해(危害)요소를 관리하는 위생관리체계다인증(認證)은 식품의약품안전처(食藥處)의 산하 식품안전관리인증원(食品安全管理認證院)이 부여해주고 있다공신력(公信力)을 의심 없이 따르고 믿던 소비자들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사육 환경을 친환경으로 인식하는데 관계당국이 살충제 허용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친환경 농장 계란을 친환경 마크만 떼어내 일반 계란으로 유통하기로 한 발표는 주제파악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소비자를 오도(誤導)하려드는 것과 다름이 아니었다.


    항생제와 살충제의 만성적인 오남용(誤濫用)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제껏 난생 처음 얻어듣는 것처럼 갈팡질팡하는 호들갑은 그렇다손, 3일 만에 재빠르게 이뤄진 국내 1,239곳 산란계농장 전수(全數)조사는 검사 장비인력상황을 미뤄볼 때 정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지닌다재발(再發)방지와 처벌 수위를 한층 더 높여야 한다는 법석이 억하심정(抑何心情)인지 몰라도 건강을 생각해 친환경 농축산물을 선호하신 분들은 무능한 정부와 양심불량 농장주들에게 휘둘린 격이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음식이라며 나 이외의 다른 음식을 먹지 말라로 시작되는 십계명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얻고 국민간식의 대명사로 등극한 음식물들은 살충제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이번사태의 진위(眞僞)에 확신이 설 때까지 계란은 물론 닭고기마저도 사양하겠다는 민심을 되돌릴 순 있을는지과실수(果實樹)를 비롯해 농축산물에 살충제를 살포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양심의 아무런 가책(呵責)없이 얼마든지 거짓말 할 수 있다는 속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들리겠지만계륵(鷄肋)이 따로 있는 게 아닌 줄로 안다소비자입장에서 행여나 병충해(病蟲害)를 입은 과일이나 채소류를 스스럼없이 구매한 희미한 기억이라도 있는지 한번쯤 자문(自問)해 보았으면 한다살층제 잔류(殘留검사에서 유통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해도 질 좋고 건강한 계란을 바라는 소비자의 기대치와 적절한 가격의 경쟁력 사이에 접점을 찾기 어려운 현실은 여전히 간과하기 너무나 쉽다.


    A4용지 사이즈의 케이지에 갇혀 대낮같이 밝은 전기불빛아래 오직 알 낳는 역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꼬꼬댁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은 친환경이라 쓰고 밀집사육이라고 발음하니 유구무언(有口無言)이겠고처우개선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을 테다부적절한 인공조명으로 야간에도 대낮처럼 밝은 상태를 유지시켜서 숙면(熟眠방해와 생체 리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빛 공해(Light pollution)’를 두고 설마 형평성(衡平性)을 언급할 수 있을까싶은 이들도 덩달아 아우성이라지요억지가 사촌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왠지 개살구 먹은 뒷맛을 떨쳐 내버리긴 어렵다


    한국의 세계시장 입지가 급속히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통상임금 눈사태까지 덮치면 공멸이란 것이 결코 과장(誇張)이 아니라고 한다여느 기업이건 생산성과 매출 증가를 웃도는 임금 인상이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정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시켜 국민 세금 3조원으로 민간 업체의 월급을 보전(補塡)해준다는 기상천외한 대책에 수긍이 가는 게 아니라서 고갤 갸우뚱거리면 미심쩍게나마 이해가 될는지.


    오랫동안 쌓여 뿌리박혀진 폐단을 적폐(積弊)’라고 이른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더라!’는 우스갯소리도 회자되긴 했지만 청백리(淸白吏)여러분에게 누()를 끼치진 않았으면 얼마나 다행이겠다. “나라살림을 이끌어갈 경제정책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어느 한쪽을 선(), 다른 한쪽을 악()으로 규정하고 한쪽만을 밀어붙이면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난다지금 한국이 당면한 경제전반이 이와 비슷한 처지다.”고 개진(開陳)하는 의견에도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어느 약품이건 그 효능과 부작용은 병존(竝存)하게 마련이다경우에 따라선 네 발 먼저 빼고 내 발 뻗겠다는 에두른 얘기로 잘못 이해될 수도 있다아무렴 국민 건강과 안녕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 줄도 헤아렸으면 오죽이겠다보람찬 하루를 지내고나면 즐거운 내일이 오고따스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더욱 행복한 일을 이룰 수 있는 아름다운 날들이 되길 기원해 마지않는 우리들 모두의 마음이다.


    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피천득(皮千得), 시월]


    2017년 10월호 Leader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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