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제(無題)’

  • 박남석 | 2017.11.25 13:57 | 조회 1277


    무제(無題)’

      박 남 석 (토론토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흔들리는 공포를 겪은 포항시민은 언제 여진(餘震)이 또 닥칠는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위험하고 가슴 쓰라린 장면들이 곳곳에서 속출했다고 전하는 뉴스다포항은 물론 한반도가 좌우로 흔들거리고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 자동차들이 종잇장 구겨지듯 부서졌고도로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보도 사진이 당시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천재지변(天災地變)으로 인한 공포를 아파하고 걱정하며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무너지고 갈라진 건물과 도로가 정비되고 시민들이 안정을 되찾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가늠하기란 생각처럼 쉽잖다지진 안전지대라는 믿음이 깨지고 우리들도 지진과 전혀 무관치 않은 것을 다시금 확인한 만큼 인명(人命)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는데 구체적인 대비책이 시급하다 하겠다뜻하지 않게 불편한 대피소생활을 하게 된 억하(抑何)심정이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참담하리라여진 공포와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이중고를 겪게 생겼다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세상은 살만하고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얘기를 나누면서도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을 드러내는 정쟁(政爭)과 현실은 참으로 거시기하다지진 뒤 각 정당 대표 등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흥해 읍()사무소를 부리나케 찾았다지만읍사무소에서 4㎞ 거리인 진앙지(震央地주민들에겐 오지 않았다고 한다. ‘언 발에 오줌 누느니만 못한’ 웃픈 현실이고 그곳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었다니 유구무언(有口無言)일 수밖에.


    강력한 힘없이 평화가 수호(守護)되어진 역사가 존재치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힘에 의한 평화의 유지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라고 판단됩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트럼프 미대통령 연설문 내용의 일부분이다자리에 있던 295명의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고언론은 대한민국 근현대사 강의’ 그리고 대통령취임 후 최고의 연설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한미(韓美)양국의 우호(友好)와 선린(善隣)관계 설정에 중요한 공식 문서와 다름 아니다.


    竹外桃花三兩枝 春江水暖鴨先知 / 蔞蒿滿地蘆芽短 正是河豚欲上時” (대나무 밖 복사꽃 두서너 가지 봄 강물 따뜻해지니 오리가 먼저 안다네 땅에는 물쑥 가득하고 갈대 싹이 파릇파릇하니 바로 복어(河豚떼가 강으로 거슬러오려는 때소동파가 송나라 때 화승(畵僧혜숭(惠崇)의 그림 <춘강효경(春江曉景)>에 부친 시(題畵詩)에서 거두절미(去頭截尾)한 봄 강물이 따뜻해지니 오리가 먼저 안다는 구절이 한중(韓中)외교에서 화제다회담 분위기가 좋았다곤 하지만 두 정상은 사드 봉인에 앞서서 원칙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함축(含蓄)된 내용의 시어(詩語)를 두고 제 눈에 안경쯤으로 어물쩍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몸이 아픈데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망설여질 때아픈 몸보다 치료비용을 더 걱정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문득 씁쓸해진 경험이 없진 않을 테다애주가들은 酒爲歡伯 除憂來樂”(술은 환백이 되어 근심을 없애고 즐거움을 가져온다.)며 환백(歡伯)’이라고 에두를 줄도 알고 마셨다이백(李白)은 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 청주(淸酒)를 성인(聖人)으로탁주(濁酒)를 현인(賢人)에 견줘가며 시()를 읊었다.


    외교안보는 철저히 자국의 관점에서 추구되어야만 하고 콜럼버스 달걀처럼 생각을 깨야 길이 보이고 당당히 걸어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그러나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교류와 협력을 정상궤도로 회복시키는데 합의했다지만사드(THAAD)의 뇌관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고 한다오십보백보 국가 간의 모든 합의는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선상에서 유효할 뿐인 줄로 안다.


    중국은 경제·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이긴 하지만·미동맹을 대체(代替)할 수 있는 국가는 결코 아니다·미 동맹이 없는 대중(對中외교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중국이 앞으로 사드 합의 문서를 어떻게 이용할지는 뻔한 일이다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는 합의 문구를 거론하며 사드 철수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우리 측은 이런 내용 자체를 알리지 않으려고만 한다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은 분위기라고 한다.”는 C신문의 사설이 대문짝만하다.


    2017년 1124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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