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계절’

  • 박남석 | 2017.12.22 09:10 | 조회 1233


    아름다운 계절

      박 남 석 (토론토


    겨울이 아니랄까봐 코끝이 시끌시끌하고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계속된다. 12월의 폭설은 봄꽃 대신 가지마다 탐스러운 눈꽃을 피웠고, 동장군 등에 업힌 수은주는 꽁꽁 얼어붙었다. 산이 높으면 구름도 잠시 쉬어간다는데, 세월은 마루 넘은 수레바퀴마냥 굴러 내리듯 한다. 마음씨 곱디곱고 따뜻한 사람들과 이웃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에 틀림이 없다. 여러분께서 베풀어주신 관심과 정성에 즐겁고 행복하게 지나온 한 해였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성탄축하의 밤 행사에 다녀왔다. 작년 이맘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간에 해가 바뀐듯하다. 맛있게 준비된 식사시간이 먼저인 것은 먹고 마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게 해주었다. 즐거운 축하행사가 다 같이 찬양으로 시작되어 축도로 마무리하기까지 흐트러짐 없이 진행됐다. 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여러분들께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기쁨을 한 아름씩 안겨주셨다.


    산타할아버지로부터 선물을 못 받을까봐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하던 개구쟁이소년의 우려는 한낱 기우에 불과했고, 스스로 기특하다는 듯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 보인 모습은 때 묻지 않은 그대로였다. 봉사와 헌신이란 이름 속에 가려진 진실은 힘겹고 번거로울 때도 없진 않았을 테다. 남모를 긍지와 혼신의 열정으로 아름답게 펼쳐주심에 불티나게 손뼉을 쳤지만 아무렴 인색하게 들리진 않았을는지 머리 숙여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내일이면 오늘 되는 우리의 내일이다. 논어옹야(雍也)편에 아는 것은 좋아하느니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느니만 못하다는 뜻의 지호락’(知好樂)이 있다. 선비나 사대부(士大夫)에게 관모(官帽)는 신분과 지위, 체통의 상징이었고 함부로 벗거나 떨어뜨린다는 것은 수치로 여기기까지 했다. 낯설고 당혹스런 세상을 극복하신 선현(先賢)들께선 희망과 용기를 키워낼 줄 아는 해맑은 사람얼굴을 얼의 굴레라고 일러주셨으니 말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해온 ‘벙어리장갑에는 언어/청각장애인들이 불편해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답니다. ‘손모아장갑으로 바꿔 부르는 일에 동참해주세요!” 라는 글이 두 눈을 사로잡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어수선하지 않다고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을 감사할 뿐만이 아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가짐으로 감정이 순화된 언어사용에 더욱 힘써 나아가도록 애써야 할 일이다.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靑銅)은 일단 살짝 녹이 슬고 잘 부식되지 않는다. 처음에 슨 녹이 일종의 코팅막 역할을 하면서 추가 부식을 막아주는 것이다. 청동은 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조(鑄造)하기 쉽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을 녹이려면 청동보다 훨씬 고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동이야말로 요즘 말로 가성비가 높은 소재인 셈이다. 이순신장군의 동상이 왜 철상(鐵像)이 아닌지 떠올리면 쉽게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옛날 어느 고을에서 향시(鄕試)가 열렸다. ‘오랑캐 땅엔 꽃이 없다는 뜻의 <胡地無花草>가 과제(科題)였는데 응시한 대부분이 왕소군(王昭君)의 고사를 인용해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오직 한 사람만이 胡地無花草란 말을 네 번이나 반복하여 답안을 제출했다. 그가 장원에 급제했음은 물론이다. “胡地無花草 / 胡地無花草 / 胡地無花草 /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 꽃이 없다하나/ 오랑캐 땅엔들 꽃이 없으랴/ 오랑캐 땅에 꽃 없다지만/ 어찌 땅에 꽃이 없겠는가) -  사족(蛇足): () 어찌~ 알겠는가?’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2017 1222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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