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을 기다리는 마음

  • 박남석 | 2018.03.01 15:27 | 조회 1121



    봄을 기다리는 마음

    박 남 석 (7, 전남대, 캐나다동부 ROTC연합회)

     

    거세게 휘몰아치는 눈발과 찬바람으로 맹위를 떨치던 동장군은 입춘(立春) 소식에 기세가 시들해졌지만, 꽃샘추위를 부추기는 심술은 글쎄다. 굽이쳐 흐르는 맑은 강물소리와 작은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가며 병풍처럼 드리워진 공원 숲속을 걷다 보면 한 폭의 선계(仙界)를 거니는 것처럼 착각케 하는 기분을 일으킨다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강물의 수위가 부쩍 높아져 물을 맞이한 물고기마냥 오리가족이 무리지어 헤엄쳐간다

     

    온전히 진지해질 수 있는 사람일수록 더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행복은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떡이나 편()이나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적잖다. 달인(達人)은 단순해 뵈는 쉬운 일에도 성의(誠意)를 다하고, 어려워 보이는 일도 손쉽고 깔끔하게 마무리할 줄을 안다. 사람들은 건강해진다면 밑도 끝도 없이 채식주의자가 되려고 애쓰지만, 짐짓 개인적인 생각으론 편식보단 적당히 골고루 먹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닐 일이다.

     

    단감, 홍시곶감을 망라한 감()하고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상극(相剋)음식은 대게’(snow crab)라고 얻어들었다. 몸집이 큰 게로 잘못 이해했는데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은 모습이라서 대게’(竹蟹)라 부른다고 한다. 어려서는 대게를 먹어볼 기회가 없어 다행이랄 수 있겠고, 이제와 제법 나이 들어섰다손 음식에 과욕(過慾)을 멀리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도 싶다. 이래저래 세상만사 생각하고 살펴보기 나름 아니던가요.

     

    푸른 하늘을 향해 손짓하는 우리들은 어디든지 걸어갈 수 있지만 내키지 않아도 간섭받지 않는 자유가 있다. 예나 제나 사람을 미혹(迷惑)하여 속이려듦을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 했다. 한번 들여 마신 숨결 내뱉지 못하면 눈 감고 가는 길을 모두 버리고 갈 수 밖에 없는 줄은 익히 아는데 잘 봤다! 못 봤다! 투덜거리지 마시고, 리스크는 자기 몫이라니 뉘시라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고 순리로 받아들여야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마는, 알고 나면 모두가 허망(虛妄)한 욕심에 눈 먼 어리석음 때문인 것을.

     

    지성(知性) 논리의 길이에 비례한다는데, 사래 긴 밭에 아지랑이 피어오른 계절의 변화는 우리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선물해준다. 투자(投資)와 투기(投機)를 명확하게 구분하긴 여간 쉽지 않겠다. 사람들은 부자를 기꺼이 돕는 것을 투자(投資)라고 일컬으며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려고 팔 걷어붙이는 노력과 지원을 비용(費用)으로 여기는 세상인심이다. 뜻하지 않게 실패를 벗 삼았어도 포기하지 않고 지탱해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추억은 곱씹어볼 순 있지만, 언짢은 감정의 이입(移入)은 불식(不息)되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구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고 전진하는 자세에서 우리는 도전정신과 승부근성을 길러낸다. 그랜드슬램 호주오픈에서 잃을 거라곤 없는 젊음이 혼신을 기울인 모습은 대~한국민 아니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의 대적에서 주눅 들기는커녕 눈부신 활약으로 당당하게 경기를 펼쳐주어 많은 이들한테 희망과 꿈을 안겨주는 게 어찌나 가슴 후련하던지.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셨다.”는 말씀을 잊지 않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더욱 정진해 나아가길 바란다. 귓전이 닳도록 얻어들은 격려의 말씀이 백 냥이거든 끈질긴 노력과 피나는 연습은 구백 냥이어야 한다.

     

    우수(雨水) 경칩(驚蟄)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疊疊)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 신석정(1907~1974) / <봄을 기다리는 마음> ]

     

    20183월호 Leader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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