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중사치’(書中四癡)

  • 박남석 | 2018.04.12 11:53 | 조회 1162

    서중사치’(書中四癡)

    박 남 석 (토론토)


    공원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아름답게 들려온다풀잎에 맺혀진 영롱한 이슬방울들은 아침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인다봄꽃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만발하여 벚꽃매화진달래개나리산수유수선화할미꽃마저 한창이며 분홍분홍한 홍매화(紅梅花)가 활짝 피었다고 엊그제 전해온 꽃소식이 머나먼 고향땅을 생각나게 한다.


    옛날에는 책을 빌리러갈 때 술 한 병책을 되돌려드릴 때 술 한 병을 들고 갔다고 한다그러던 것이 어느 누군가 ()을 빌리는 녀석도 바보지만 빌려주는 녀석도 바보그만 돌려달라는 녀석도 바보그렇다고 되돌려주는 녀석도 바보라는 서중사치(書中四癡)’라는 말로서 와전(訛傳)시켰다니 김시습의 시() ‘사청사우(乍晴乍雨)’가 불현듯이 떠올려진다몹시 추운 겨울 산마루에 홀로 선 소나무는 그 기상이 더욱 뛰어나 보이긴 하다밤하늘의 별은 지금도 아주 정확한 GPS와 다름이 아니다말로서 표현하려해도 할 말을 잊었다함은 겪어보지 않고선 어려운 지경을 헤아릴 수 없음이리라.


    몽골에 가면 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별들을 볼 수 있겠고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북서쪽으로 80km 떨어진 우르밤바 강이 내려다보이는 해발 2,400m산정에 위치한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를볼리비아를 찾아 나설라치면 하늘의 반영(反影)을 볼 수 있으리란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구름에 달 가듯 누리는 여행도 있지만 모르긴 할지라도 내 맘대로 이뤄지는 삶은 없으렷다설령 그렇다한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마에 땀흘려가며 살아가야 할 숙명적인 우리들이다.


    우리 고유의 판소리 수궁가(水宮歌)’는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에 갔던 토끼가 꾀를 내어 살아나오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신명나고 구성진 가락이었다소리에 둔감하다보니 열창하는 가객’(歌客)이나 악기를 연주하는 율객’(律客)의 열연(熱演)을 보고 듣고 한걸음 다가선 느낌과 자세를 가지려 애써본다사람의 욕심은 부릴수록 부풀고미움은 가질수록 더욱 거슬리며원망은 할수록 더 분(忿)하고아픔은 되씹을수록 더더욱 아리며괴로움은 느낄수록 더 깊어지고집착은 하면 할수록 더 질겨진다고 하더이다.


    우리네 삶은 상상의 소산(所産)이 아니라 행동의 소산이다자연은 하루아침에 안 바뀐다어이가 없기는 매일같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지만저마다의 가슴에 작은 소망들을 품고 실천해가는 삶을 살아가야한다. “먹돌도 똘람시믄 고망난다.”는 삼다도(三多島제주방언에는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소리에 놀라지도 않는 사자처럼그물에 걸림이 없는 바람처럼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무소의 코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단단한 먹돌도 뚫다보면 구멍이 난다.


    채소와 고기 같은 천연 식품이 사라진 2022년의 지구를 그린 영화 소일렌트 그린(Soylent Green)’부터 미래의 사이버 세계를 상상한 기념비적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까지 많은 SF 창작물에서 실제 동물고기 대신 합성된 재료를 먹는 미래 기술이 소개됐는데최근엔 동물보호 뿐만이 아닌 환경보호나 위생 관점에서도 소비자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그게 아니라 다름 아닌 그것들이 어느새 현실로 우리들 곁에 다가온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고법이 커피에 발암물질 경고문을 반드시 부착해야만 한다는 판결이 나와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파장이 일고 있다커피원두나 감자튀김 등 음식물을 150°C이상의 고온에서 튀기거나 볶을 때 생성되는 화학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가 암 등 각종 질환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시민단체는 유명 커피회사들이 발암물질 함유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고 지적해왔다.


    법원 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렸지만쟁점에 있어 국립암센터는 2A(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동물실험에선 발암성 입증자료가 있는데사람에겐 아직 입증되지 않은 물질이라는 입장이고커피회사들의 입장에서는 커피에 포함된 아크릴아마이드가 매우 적은 양인 데다 인체에 해롭다는 게 과학적으로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LA법원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점을 커피회사들이 입증하지 못했다며 시민단체 손을 들어줬다인구 4,000만의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이를 확정할 경우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액이 결정될 수도 있다유해물질에 대한 고소사건에서 피고인 기업들이 무해함을 증명해야 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커피업계는 커피를 마시면 건강에 좋은 점도 많기 때문에 그동안 엄격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란 주장만 되풀이해왔다고 전하는 토픽뉴스다.


    물이 산 아래로 흘러감은 뜻이 있어서가 아니요 구름이 골짜기로 돌아감도 본디 아무런 마음 없음이라 사람의 삶이 구름과 물 같을 수 있다면 /무쇠나무에 꽃이 피어 온 누리가 두루 봄이리라” / (流水下山非有意 片雲歸洞本無心 人生若得如雲水 鐵樹開花遍界春) [차암수정(此庵守淨) / <()>]


    2018년 412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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