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설유감(春雪有感)’

  • 박남석 | 2019.05.01 07:07 | 조회 727

    춘설유감(春雪有感)’

    박 남 석 (토론토)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솜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정지용 시인의 <춘설(春雪)>이 생각을 키워준다부스스 눈비비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봄바람이 풀 섶 지나며 간질이는가 싶더니 꽃샘추위에 춘설이 분분하다하룻강아지처럼 뛰놀고도 싶지만 봄볕에 힘없이 녹아내린 풍경이 꿈같기에 왠지 설어라따스한 봄기운을 봄눈 내리는 가운데서 찾느니 코끝을 ’ 쏘는 알싸함이 미각과 자극하는 달래와 톡톡 터지는 날치 알의 식감을 봄 향기 속에 음식체험의 소중함을 즐겨봄직도 하다.


    일상생활 속에 단순한 단어가 어느 특정한 의미를 함축적으로 지닌 경우가 있다. ‘복숭아와 자두나무는 말을 하지 않았어도 그 나무 아래에는 길이 저절로 생긴다.(桃李成蹊)’는 성어(成語)는 덕행(德行)과 품성이 올바른 사람은 무언(無言)중에 감화시킴을 비유해 쓰이기도 한다모든 벼슬 버리고 한양을 떠나 오직 매화에 푹 빠져 살았던 퇴계(退溪)선생은 매화를 사랑하는 집착을 끊지 못해 숨을 거둬가면서까지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고 했다지요심지어는 도산서원 한구석에 심어진 매화에 꽃이 필 때면 그는 달()이 차도록 매화나무 주위를 돌며 시간을 보냈고가까이 다가서선 매형(梅兄)”이라 부르며 혼잣말처럼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저녁시간엔 유튜브를 골라봤다대한민국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야당의원들의 질문공세에 어안이 막혀버린 듯 곤혹을 치르는 각료가 있는가하면이낙연 국무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부름을 자주 받았지만 정제된 언어와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반박하는 위세에 눌려 야당 공격수들도 맥을 못 춘다. “전임과 후임의 공과(功過)는 공변(公遍)되는 것이라는 생각과 주장을 펼치는 그의 화술(話術)이번 대정부질문은 김빠진 사이다라는 평가를반면에 이 총리는 사이다 총리로 각광받은 셈이다.


    재시(再試)는 기본이고 삼시()는 선택이란 말도 있지만 인간은 마음의 존재이다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사람의 마음이 세상을 만든다인생은 사실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도 한다시간을 일부러 내서 내게 오는 사람과시간이 나서 내게 오는 사람을 구분하고 살아갈 일이지만 행복도 하나의 선택이며 그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지고 오래된 방법은 미소가 아닐는지삐뚤어진 세상일이 마땅찮을지나 자신을 설득해가며 올곧게 살자그것 또한 선택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하고 즐겁게 삶을 영위해갈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겠다최소한의 무게를 지켜내고 싶다 해도 여의찮은 경우가 어이하여 없을까마는 그렇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부터 꾸준히 애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각박한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동을 안겨주는 이야기가 그늘에 가려지는 일은 없어야하겠지만 중환자실을 이제 벗어날 것 같은 조선업(造船業경기의 회복이 감지된다는 희망 섞인 소식도 들린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사철 푸른 대나무처럼 올곧을 수 있다면 오죽이겠으나, ‘꿈도 야무지다는 말씀에 할 말을 잃어버릴는지도 모를 우리들이 얻어듣는 뉴스 내용에는 어이없을 정도라는 표현이 무색할만한 일도 적잖아 뵌다우스갯소리에 당나귀 귀 떼어내고 떼이면 남아있는 게 없다고들 하지만날씨 맑아 좋은 날이면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하는 늙으신 어머님의 가슴앓이도 있는 세상이다.


    복사꽃 웃음 짓는 화창한 봄날을 즐기는데 뻐꾸기는 힘차게 날갯짓하며 밭갈이 재촉하네. / 날씨 좋아 풍년드니 제왕이 무슨 상관이랴 어르신들 모두 풍성한 가을 수확 바라네.’ /

    桃花一笑弄春晴 布谷瀾翻亦勸耕 十雨五風蒙帝力 願同父老慶秋成

    [왕염(王炎/南宋), <권농출교(勸農出郊)>]


    2019년 329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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