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립(組立)은 분해의 역순(逆順)’

  • 박남석 | 2019.05.01 08:00 | 조회 1131

    조립(組立)은 분해의 역순(逆順)’

    박 남 석 (7전남대캐나다동부 ROTC연합회)


    옛날과 오늘의 차이라면통신수단의 발달과 과학기술의 확장성으로 제한적이나마 부분적 사실이 드러난다는 점이고 그 규모일 것이다물결의 출렁임에 따라 물가에 저절로 생긴 흙이랑(흙의 주름)이 심혈을 기울인 뛰어난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새봄은 희망소망으로 사람들 입에 널리 회자(膾炙)되지만 기실 봄은 그냥 봄일 뿐이다작가들은 자연과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여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의인화(擬人化, personification)를 한다세상에 필요치 않는 게 어디 있으랴만하찮아뵈는 미물도 다 존재가치가 있다.


    폐허에 나뒹구는 돌에 새겨진 옛 이야기 속에 파피루스의 집산지였던 비블로스(Byblos)는 그리스와 로마시대 훨씬 이전인 약7000년 전부터 소규모 어부집단에 의해 정착생활을 시작했다이 고대도시는 그들의 왕과 문화를 갖춘 독립된 도시국가로서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지속적으로 거주한 가장 오래된 도시다페니키아인들의 전설에 따르면비블로스는 자신의 도시를 온통 성벽으로 둘러쌌던 엘(El)이란 신에 의하여 건설되었다고 생각했다비블로스(Byblos)란 이름은 비블리온(Biblion)’에서 유래되었으며성서(bible)는 서책(書冊)’을 뜻하는 그리스어 타 브 빌라(ta b bila)’에서 파생됐다비블로스에서 창안(創案)된 표음문자(表音文字, phonogram)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알파벳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I almost agree’(거의 다 동의한다)는 발언에 사실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생각했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Be not far from agreement(합의 도출(導出)이 머지않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do not agree at all)는 완곡어법(婉曲語法,Euphemism)의 진수(眞髓)라 할 ‘외교적인 수사(修辭)’이다엇비슷한 의미를 지녔지만 모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표현법에도 유념해야할 일이다.


    중세시대에는 힘의 상징이던 검투사들이 체력보강을 위해 보리를 많이 섭취했다고 전한다오늘날 유기농법에 의해 생산된 농축산물이 건강에 좋다고 하면서도 더 맛있다고는 장담 못한다농약이나 다른 화학비료를 안 쓰게 되면 작물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독성을 품거나 질겨져서 먹기 불편함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예방이 으뜸인 줄 알아도 뜻하지 않게 겪는 감기몸살에 신통방통하다는 약은 가짓수가 열손가락으론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다.


    물질대사(物質代謝, metabolism) 생명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체력을 보충해주지만음식물에 대한 기호(嗜好)는 저마다 각양각색이다입맛이 다락같이 까다로운 분의 궁색한 변명엔 유구무언(有口無言)이거나 소이부답(笑而不答)할 수밖에 없다무성한 나뭇가지에 가위질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지만밥상머리에서 반찬투정을 부리는 일은 아무렴 마땅찮은 짓거리일 테다그래 2%가 부족하면 어찌하랴만 시장이 반찬이다우리들이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전투식량으로 배급받던 종이봉투 안에 담긴 건빵과 별 사탕도 꿀맛이었고 밀가루반죽이 팥소를 품은 붕어빵도 별식의 하나였다.


    몸값 비싼 연예인이 등장하는 TV광고는 우리의 소비생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지나치게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전자제품의 선전도 마찬가지다오죽했으면 잘 먹고 죽어간 귀신은 때깔도 좋다더라!’는 유행어가 득세를 했을까만진수성찬은 언감생심이었고 끼니를 제대로 챙겨들지 못하고 굶주린 배를 움켜쥔 분들께는 삼가하고 주의해야 할 말이다돌고 도는 세상에 행여 실망하거나 좌절한 나머지 콧물 빠뜨릴 것까진 없다()하면 통()하고 극()에 달하면 반전(反轉)을 이끌어내도록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냅시다!


    양지바른 곳에서 펼쳐지던 문슬(捫蝨)은 위생이 불량한 환경에서 볼 수 있었지만오랜만에 벗이 먼 길 찾아왔는데 웃옷을 벗어들고 이(,louse)를 토벌해가며 허물없이 담소(談笑)를 나누는 모습은 옛 그림 속에서는 낯설지 않다그리 머잖은 시절의 우리네 모습들이 풀 섶 간질이는 바람처럼 뇌리를 스친다비싼 밥 먹고 무슨 헛소리냐고 펄쩍 뛰지 마시길 삼가 부탁드린다오늘날에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고온실가스 발생을 염려해가며 탄소배출권(炭素排出權, Certified Emission Reduction)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가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던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우리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하는 제반(諸般)문제에 안주하지 않고 솔선수범 현명하게 대처해 나아가야 하겠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 모두가 콘텐츠 창작자라는, ‘크리에이터’ 개념이 크게 유행이지만 허용범위를 두고 논란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직장인이 본업을 소홀히 했을 경우에 경고할 수 있을 뿐이라며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아닐 경우사측이 부업 자체를 문제로 삼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 상충(相衝)한다니 세상만사 공사(公私)를 막론하고 상대적임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대나무도 지나치게 구부리면 꺾이듯이 지나치게 상충되면 병이 드는 원리와 유추(類推)해볼 수 있었으면 오죽이겠다.


    소유하는 게 행복이라고 믿는 사회는 가난하다광고에 휘둘리는 사회도 가난하다경쟁의 악순환이 계속되도록 내버려두는 사회는 가난하고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회도 가난하다모든 것에 가격표를 붙이고 심지어 고결한 행동까지 값어치로 따지려드는 사회는 가난하다요컨대 돈이 없는 것만이 가난이 아니다인간적 가치정신적 가치지적 가치가 부족한 것 역시 가난이다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가난한 것은 바로 우리 사회다물질을 나눠주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면서 시기심을 유발하거나 씁쓸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은 이웃을 돕는 것이 아니다남을 도우려거든 자기 자신이 먼저 올바르게 살아야하고모든 인간을 편견 없이 존중해야한다우리가 진정 소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하루하루의 시간이다.” [도미니크·로로의 심플한 정리법(L’Art de L’Essentiel)중에서]


    2019년 5월호 Leader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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