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복염거(驥服鹽車)’

  • 박남석 | 2019.07.17 16:57 | 조회 658

    기복염거(驥服鹽車)’

    박 남 석 (토론토)


    삶은 풀어가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야 할 신비라 했다던가자연의 아름다움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인데 여백(餘白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싶지 않지만 왠지 마뜩찮은 소식들만 잔뜩 얻어듣곤 한다기다림이 때론 약이 되기도 한다지만옛말하듯 무작정 낙관하기엔 심상찮은 분위기가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경제 보복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골대가 움직이는 상황을 수차례 겪은 일본으로서는 어떤 제안을 받아들인다손 한국 정부가 향후 또 같은 문제를 들고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에 “G20 의장국으로 앞장서서 자유무역 깃발을 흔들더니 정상회의 종료 직후 돌변(突變)했다면 주위에서 어떻게 보이겠느냐며 일본의 달라진 입장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비난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일본 경제전문가도 있다.


    · 문제 개입에 미국의 태도는 여간 신중해 보인다무엇보다 이번 사안은 한·일 양국의 역사인식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아직까진 미국이 이 문제를 자국의 이익에 끼칠 영향을 꼼꼼히 따져본 다음에 개입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건 갈등 상황에 개입해 한국과 일본 중 누구 편을 들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사안도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경제적 셈법으로 판단한다고 못내 서운해 할 일도 아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성숙한 자세를 누구에게서나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애국심에 호소한다는 소식에도 어느 한편만을 두둔하거나 비난하기도 여간 멋쩍다배가 고프다보면 뭔들 맛이 없을까마는 실속 없이 내세우는 허장성세(虛張聲勢)는 바람직하질 않다정부는 국민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신용과 명예가 큰 자산일 줄 모르는 일은 차안(此岸)에 부재(不在)함이지만성실히 일하시는 분들에게 누()를 끼쳐지지 않았으면 오죽이겠다!


    인사(人事) 만사(萬事)”라는 조상님들의 말씀 어느 것 하나 틀린 게 없다붕어빵 속에 붕어가 없다고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소비자는 없는 줄로 안다무더위 속에서도 삼라만상은 최고의 모습과 아름다움을 다툼 없이 보여준다걸핏하면 남 탓으로 핑계 삼지 않았으면 그 얼마나 좋겠다사안(事案)의 경중(輕重)을 가늠할 줄 알고 자신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순간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얻어들었다.


    법을 집행한다는 것이 법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간단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어떠한 상황에서든 법과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많은 희생과 헌신이 따르고 용기가 필요한 힘든 일이라고 한다하고많은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다르고 우리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마다 갖는 느낌이지만인생의 편린(片鱗)들을 맞춰가는 일이 어이해 이렇게 힘들어야만 할까요행여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솔깃하기보단 쓴 소리에도 기꺼이 귀 기울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경제는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다지만 감성(感性)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아서일까요하루에 천릿길을 달리는 말(千里馬)이 헛되이 소금수레나 끈다는 기복염거(驥服鹽車)’를 들먹이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은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로서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慧眼)을 지녔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공명심(功名心)을 앞세우다 자칫 자만심(自慢心)에 빠질 경우의 수도 적잖다명분도 실리(實利)도 잃지 않으려거든 삼나무(杉木)처럼 딱딱하지 말고 갈대처럼 부드러워라!” 탈무드에서 일러주는 지혜의 말씀이다.


    지난 청와대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이 문(대통령에게 전한 입장은 문제의 본질은 과거사(過去事)로 발 묶여진 한·일관계가 오늘의 사태를 촉발시켰다며 정부가 외교적으로 갈등을 풀고반일(反日)감정이 고조되기보단 이성적으로 극복해가야 한다며 미래를 향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덜어내도 흔적이 나지 않는 (떠먹은 자리처럼 보이려 무진 애쓰지만 국익을 우선시한다는 진솔한 마음이 읽혀진다.


    寂寂宮槐雨乍晴 高枝微帶夕陽明 臨風忽起悲秋思 獨聽新蟬第一聲” - (‘조용한 홰나무에 비 내리다 살짝 개이니높은 나뭇가지엔 기우는 햇빛 어렴풋이 둘렀네바람을 맞으며 문득 일어나니 가을 생각에 서글퍼져초여름 매미의 울음소리 홀로 듣는다네.’) - [구준(寇準) / 北宋초여름에 우는 매미(新蟬)]


    2019년 717일 KREP



    수정 삭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