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 박남석 | 2020.03.11 17:11 | 조회 487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박 남 석 (토론토)


    변신(變身)을 거듭하는 ‘COVID-19’ 관련 우울한 뉴스가 넘쳐난다. “개인위생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철저하게 이뤄지면 앞으로 유행상황은 충분히 제어(制御)나 통제도 가능하다고 현재로선 판단하고 있다는 방역당국의 호소다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화창한 봄을 맞이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불철주야로 애쓰고 계시는 현장 의료진 분들과 보건당국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마음깊이 감사드리며 응원합니다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웃돈을 준다고 해도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를 쓴 채 서로가 눈빛으로 안부를 여쭙고 덥석 손 내밀던 악수 대신 주먹인사로 가름한다. COVID-19가 끼치는 우리들의 사회적인 관계를 가늠케 해준다. WHO가 확산이 우려되는 나라로 한국을 비롯한 이탈리아·이란·일본에서의 확산세가 가장 걱정이라며 콕 찍었다다른 나라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유럽과 중동에서는 이탈리아·이란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모양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외교보다 우선해야 하는데한국 정부는 운명 공동체라며 중국에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고 머잖아 종식될 것이라 낙관하는 사이에 사태는 점점 악화됐다남 탓하고 희생양 삼는다고 정부의 뒷북치던 알리바이가 증명되진 않는다이젠 중국을 비롯해 94개국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검역을 강화했다. ‘꿈은 그냥저냥 이뤄지는 게 아니라 깨어나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세상이다.


    확진자 급증은 한국의 앞선 진단과 기술 덕분이라는 자아도취는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어물쩍 시선을 거둘 순 있겠지만 참담한 현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건강 검진이 대중화되었고 장비가 좋아지면서 암 진단이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암을 정복한 것은 결코 아니다코로나 확진자가 병실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다 숨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행여 찻잔속의 태풍이라며 허투루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사무치도록 무너져 내린 한숨이 모여 걷잡을 수 없는 태풍이 되는 일은 자초(自招)하지 않아야 마땅할 일이다.


    불안, 공포충격으로 힘든 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행동은 동물세계에서도 관찰된다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살아가는 삶이 2분법적(二分法的)으로 단정(斷定)지어질 일은 아닌 줄 안다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 지구상에 공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바라봐야 할 뿐박멸(撲滅)이나 퇴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힘줘 말한다.


    벗님께서 인터넷 예절이라며 보내온 내용이 자못 뜨끔하게 한다역시 잡담이라 생각되면 안 읽어도 된다니 서운했을 느낌이 흥건하다미안한 마음에 입을 꾹 다물었다아무도 나의 글월을 안 읽거나 답장이 없다 할지라도 꾸준히 글을 보내니 이를 ()’이라 한다정성을 기울여 보낸 글을 끝까지 읽어 주니 이를 ()’라고 한다좋은 글을 읽었을 때 보낸 이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니 이를 ()’라고 한다글에 논리적인 하자(瑕疵)가 있거나독단적이거나벌써 읽은 내용이라 할지나 반론이나 비평하지 않고 잘 읽었습니다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reply 하는 인내심을 일컬어 ()’라 한다. (하략)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고 역사는 기록하는 이들의 것임을 꼭 기억해야겠다세상에 이런 변고(變故)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애꿎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猖獗)하는 마당에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지혜롭게 잘 극복해내야 하겠습니다두루두루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何須赤壁對黃州 只欠東坡一夜遊 安得身輕如過鳥 隨風飛上彈磯頭

    - ‘하필 적벽은 황주를 마주하고 있었는지 /

    다만 동파가 하룻밤 노닐기엔 모자람이 있었네. /

    어떻게 지나가는 새처럼 몸을 가벼이 하여 /

    바람 따라 날아올라 강가에서 한 곡조 탈 수 있을는지’ -

    임광(任光) / 탄자기(彈子磯)]


    2020년 311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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