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숙한 지혜와 간결한 태도’

  • 박남석 | 2020.05.07 16:23 | 조회 722

    성숙한 지혜와 간결한 태도

    박 남 석 (토론토)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던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COVID-19의 변신(變身)과 확산 속도가 그저 놀랍기만 하다머잖아 위기가 다스려지고 평온을 되찾겠지만환란(患亂)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기까진 긴장의 끈을 바짝 당기며 헤쳐나아가야 하겠다나아갈 길이 힘들고 어려워도 디딤돌로 삼아낼 지혜와 슬기를 갈고 닦아내야할 일이다.


    2차 대전 참전용사 출신인 영국의 100세 노인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위해 노력하는 영국 의료진을 돕자면서 시작한 모금운동에 £14m이 넘는 성금이 답지(遝至)하면서 마무리됐다지난 430일 맞이한 생일 파티에서 영국 정부와 국민들은 노병(老兵)에게 최상의 존경을 표했다영국 공군은 생일파티가 열리는 시각에 전투기를 보내 Moore씨의 자택 위 상공에서 축하비행을 펼쳤다보리스·존슨 총리는 화상 축하메시지에서 당신의 영웅적인 노력은 국가의 정신을 드높였다고 칭송했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무어씨에게 생일 축하카드를 보냈다마크·칼턴스미스 영국 참모총장은 Tom Moore씨를 명예 대령으로 진급시키며 그의 성숙한 지혜와 간결한 태도역경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는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롤 모델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생일 파티에서 Moore씨는 사람들은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지만실제로는 사람들이 내게 해준 것이 대단한 것이라며 “100세 생일을 맞아 대중이 내게 보여준 관심과 관대함에 압도됐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여줬다. “The sun will shine on you again, and the clouds will go away.”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저지시키기 위한 정부행정명령을 무시하고 영업을 계속한 가게들은 줄줄이 벌금을 부과 받았다는 소식이다미시사가 지역은 미용실전자담배 가게 등 95토론토는 비()필수 업종 76곳에 벌금, 159곳에는 경고장을 발부했다는 뉴스다저마다의 입장과 처지는 다를 순 있겠지만공공(公共)의 질서와 건강을 위해 협조하는 자세를 준수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부분이 양심껏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삼시 세 끼니를 집에서 해 먹으니 냉장고 정리가 저절로 돼가는 요즈음 오죽이나 여의찮은 형편에 마음이 조심스러웠을까마는 일탈(逸脫)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다행여 자신들의 잘못을 남 탓으로 핑계 삼진 말자낭중지추(囊中之錐)는 본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있어도 남의 눈에 저절로 드러난다.’는 에두른 뜻이지만송곳은 주머니에 감춰도 결국 주머니를 뚫고 삐져나온다괜스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마음에 없는 소리는 담아두지 마시고고객에게 사랑받고 현지 주민들에게 인정받는 가게로 거듭나 일취월장(日就月將)하시길 기대합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를 자랑하던 항우(項羽)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한 판 승부로 천하를 거머쥔 유방(劉邦)은 평소 못마땅하게 여겼던 먹물이라면 아무런 실속도 없이 말만 많다며 모독에 가까울 정도로 대놓고 무시하곤 했다고 한다()나라 고조(高祖)인 그가 육가(陸賈)에게 치국(治國)의 방략(方略)을 구하자 시경(詩經)으로 인심을 순화시키고 서경(書經)으로 정치의 거울로 삼으라고 충고하자 가소롭다는 듯 내가 말 위에 앉아서 천하를 얻었는데 어찌 시서(詩書따위를 배우겠는가.”했다이에 육가(陸賈)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으나 말(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설파(說破)했다지요.


    蒿棘空存百尺基 酒酣曾唱大風詞 莫言馬上得天下 自古英雄盡解詩

    - ‘들풀은 부질없이 높은 곳에 있는데 /

    주흥(酒興)이 무르익어 대풍사를 읊었지 /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말하지 마소 /

    예부터 영웅은 모두 시()를 알았나니’ -

    임 관(林寬)/가풍대(歌風臺)]


    2020년 507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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