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 내리던 날’

  • 박남석 | 2020.05.14 14:27 | 조회 947


    봄비 내리던 날

     박 남 석 (토론토)


    천인공노(天人共怒)할 “COVID-19 퇴치를 위한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애쓰는 의료종사자 여러분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저희를 위해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는 자막이 흘러나오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된One World Together At Home프로그람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감염병 확산 우려 탓에 한산했던 길거리에 제법 많은 차량행렬이 눈에 띄었다온주의회는 좀처럼 줄지 않는 COVID-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비상사태 행정명령을 519()까지 연장한다는 안건을 승인했다뜻하지 않는 위험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존(常存)하는 법이어서 비()필수 업종의 영업제한 등의 조치도 어찌할 수 없이 유지된다.


    인간보다 먼저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실천한 존재가 있다인간처럼 복잡한 사회를 이루고 밀집 생활을 하는 꿀벌이다바이러스는 이런 꿀벌의 방역망(防疫網)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감염된 벌을 벌집에 침투시키는 트로이 목마’ 전술을 펼친다냉전시대 미·소 가 벌인 군비경쟁처럼 벌집 안에서 꿀벌과 바이러스의 물고 물리는 진화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대의 곤충 생리학자인 애덤 돌리잘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꿀벌 집단이 이스라엘 급성 마비 바이러스(IAPV)의 공격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행동 변화를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발표했다그리스군은 목마(木馬)에 숨어 트로이 성()으로 들어가 밤중에 성문을 열었다바이러스는 감염된 꿀벌을 트로이 목마처럼 위장시켜 벌집에 침투시키고 결국 군집(群集전체로 퍼진다는 것이다동료와 먹이를 나누는 꿀벌들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셈이다.


    따뜻해진 날씨 탓인지 한결 가벼운 옷차림으로 길거리에 나선 이들이 많아졌다펜더믹(Pandemic)상황에서 더 멀리더 높이 뛸 수 있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COVID-19 확산저지를 위한 의료현장에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으로 사투를 벌이고 계시는 의료진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드린다세상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세가 이와 다르지 않았으면 오죽이겠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집단발병이나 지역감염 사례가 확산된 이유도 있겠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진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앞선다며 여러분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역사는 지난 세월의 기록만을 뜻하지 않는다일반 국민들은 아무리 답답하고 힘들다 해도 의료진보다는 힘들고 답답하진 않을 것이다.


    COVID-19 추가 확진 사례가 보고됐지만잠복기 2주가 지나서 앞으로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사실상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라니 천만다행이다이 세상에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달리하지만 좌·우에 편향된 영악스러운 사람들만 삶을 영위하는 게 아니듯 어느 특정 국가만이 청정지역인 건 대단히 무의미한 일이다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 주에 경제 재개(再開)를 촉구하고 있지만, “중대한 위험은 남아있고지금 경제를 재개하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력 경제지 포브스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공유(共有)경제가 다시 흥()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내놨다물건이나 공간때론 누군가의 노동을 남들과 나눠 쓰는 이른바 공유경제서비스 가운데 밀폐된 공간이나 근거리 노동을 공유하거나 언택트가 결합될 수 없는 방식일수록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오뉴월 하룻볕도 개었다가 흐리길 거듭한다지만오늘을 살아가며 겪는 어려움은 우리 모두가 함께 극복해내야 할 몫이다.


    손이 가요손이 가새우깡에 손이 가요♬ 그런데 새우가 보이질 않는데 새우깡이라붕어 없는 붕어빵곰이 없는 게 곰탕칼이 보이질 않는데 칼국수이라니요김치볶음밥에 김치찌개김치를 밥반찬으로 삼는 식습관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테다봄비가 대지를 흠뻑 적셔주는 어느 날 수제비국에 아삭하게 씹히는 겉절이김치 맛이 풍미를 더해준다리필(re-fill)은 물론이었다.


    2020년 514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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