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정만리(鵬程萬里)’

  • 박남석 | 2020.07.02 14:15 | 조회 714


    붕정만리(鵬程萬里)’

    박 남 석 (7전남대캐나다동부 ROTC연합회)


    아침햇살에 물비늘이 반짝이는 Humber강변을 따라 발걸음을 내디뎠다백조가 우아한 자태(姿態)를 뽐내고 있는데 풀 섶에 숨어있던 개구리 한 마리가 놀란 듯이 물속에 뛰어들자 여울진다누구나 주어진 시간과 환경을 누리고픈 심정일 테다비대면(非對面)으로 일상을 영위해야하니 이게 뭔가 싶지만 특별할 일없는 일상이 알쏭달쏭한 요지경(瑤池鏡)이 되고 말았다.


    어수선해진 우리네 일상(日常)에 안면마스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서로가 본의(本意)아니게 긴장감을 느낀 어설픈 표정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자유로운 일상생활이 재개된다고 해도 예전과는 다른 형태로 재개될 것이고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지구촌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개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이해와 공감을 제시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와 가치관은 다를지언정 중요한 점은 COVID-19의 변신은 팬더믹(Pandemic)에서 풍토병(Endemic·風土病)으로 진화했고백신개발이 되기 전 2~3차 감염 확산이 있을 거라는 점이다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출시되어 다스려진다 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침체된 경제 회복도 당면한 과제이지만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더 큰 재앙으로 도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삶 속에 파고든 뒤로 지금까지 목숨을 잃은 사람이 세계적으로 36만 명이 훨씬 넘었다고 한다.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 등 최근 100년 새 겪은 바이러스 사례를 볼 때 백신이 조기에 개발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도 전 세계적으로 최소 2회 이상 대유행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바이러스는 멀고 가까운 나라와 나라 사이 하늘 길도 막아버려 그만큼 애달픈 사연이 더 많이 생겼다귀향길에 숨진 엄마 곁에서 흔들어 깨우는 어린 아기의 애처로운 모습이 그 어떤 설명과 사진으로도 눈 뜨고 보는 참상(慘狀)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SARS-CoV-2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으며 바이러스 재()확산을 저지할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이겠다. “데이터를 토대로 과학적인 관점에서 본 예상으로는 올가을께 코로나19가 더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보건전문가들의 부연(敷衍)설명이다제 버릇 개(줄 리 없는 사람들의 설마 하는 방심(放心)이 공중보건과 안전에 커다란 위협요소가 다분(多分)하다.


    전방위적(全方位的)으로 치닫는 미·중 갈등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약속한 한 국가 두 체제(一國兩制)’ 공식을 한 국가 한 체제(一國一制)’로 번복시킴에 따라 홍콩에 차별화되고 특별대우를 제공한 정책적인 예외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며 그간 홍콩에 부여한 우선적 대우를 거둬들이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홍콩 자치권을 중국이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는 데 대한 일련의 보복 조치다홍콩의 자치권 훼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중국·홍콩 관리를 제재(制裁)할 계획도 밝혔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홍콩의 특별 지위를 즉각 철폐하는 대신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며 여지를 남겼다.


    미국은 또한 WHO(세계보건기구)가 COVID-19 부실 대응 및 중국 편향성을 거론하며 "WHO와의 관계를 종료하고 그 자금을 세계 다른 곳에 쓸 것"이라 밝힌 바 있다중국이 6~8주 뒤 법안 작업을 마치면 내용에 따라 미국이 대응을 구체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중국은 앞서가지 않는 선에서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반격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우려되는 점은 미·중 모두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아내려는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먼저 피하면 지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소식이다까칠한 입맛을 다스려주는 일쯤이야 누워서 떡먹기보다 쉽겠지만지구촌의 패권(覇權)을 추구하는 국가에게 데탕트(détente·긴장완화)를 기대하기란 꿈에 떡 얻어먹기보다 어려울는지도 모를 테다.


    미래학자들은 “COVID19로 각국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들어서고 새롭게 들어서는 세계 신()질서는 탈()세계화와 국제공조 결여가 특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기술패권 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갈등이 COVID19로 G2양국 간 결별에 가속도가 붙었다며 세계화를 주도한 양국의 탈동조화(脫同調化)는 책임론에 이어 홍콩 국가보안법으로까지 불붙으며 세계정치·경제 지형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피부색으로 평가받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시위에는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며 미국을 흔들어놓고 있다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숨진 흑인 조지·플로이드가 숨을 못 쉬겠다고 애원했는데도 끝내 목을 눌러 숨지게 한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부터이다. Nike는 트위터에 자사의 광고문구인 “Just Do It”을 변형해 “For once, Don’t Do It”이라고 글을 올렸다. Adidas는 다함께 하는 것이 우리가 전진하는 방법이라며 동조했다.


    AFP통신과 NYT는 인종차별에 등을 돌리지 마라우리에게서 무고한 목숨이 빼앗기는 걸 받아들이지 마라며 더 이상 변명하지 마라이것이 당신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강조한다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적인 쟁점에 끼어드는 것을 꺼려하지만, “기업들이 사회적 쟁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종종 계산된 결정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Let’s all be part of the change.” 이는 국민들의 다양한 뜻으로 해석된다


    花花葉葉正含芳 麗景朝朝夜夜長 何事江南春去盡 子規聲裏駐年光

    - ‘꽃잎마다 잎새마다 향기를 듬뿍 머금었고 /

    아름다운 경치는 아침저녁으로 유장하고야 /

    강남의 봄은 다 가버리는데 무슨 수로 /

    두견새 울음 속에 가는 세월 붙잡아두나’ -

    장헌(張獻翼)/,두견화만흥(杜鵑花漫興)]


    2020년 7월호 Leader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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