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세상’

  • 박남석 | 2020.09.17 15:15 | 조회 483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세상

    박 남 석 (토론토)


    건강도 잘 지키고 경제도 살려야 할 텐데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상이 되다보니 저마다 이해충돌에 예민해지는 것 같다. “Being Open isn’t being ready!” “Rolling the dice isn’t a real plan!”며 주장과 갈등도 첨예하여 망설여지는 세태가 안타깝기 짝이 없다. COVID-19이 종식되더라도 우리들이 생각지 못할 일들이 없진 않을까 하는 의심마저 찾아든다어디를 오가든 동선(動線)이 낱낱이 밝혀지는 대명천지(大明天地)에 참으로 괴이(怪異)한 일이다.


    앤서니·파우치 美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COVID-19 확산을 더욱 잘 관리할 수 있게 되겠지만종식(終熄)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 같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미국 내 신규 환자와 사망자가 여전히 많은 수준이라며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을 계속해 지켜가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를테면 백신 접종한 뒤 면역력이 생기려면 몇 달은 걸릴 것이며 집단 감염원은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에 한바탕 휘몰아칠 수 있다니 쓸모없어야 마땅할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기쁨은 함께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한다그런데 흔하면 그 가치를 모르기 쉬운 게 사람 마음가짐이기도 하다구름에 달 가듯 하는 세월은 되돌릴 수 없지만 우리네 음식의 맛은 아련한 추억이고 그리움이다승소(僧梳)란 승려의 빗이라는 뜻으로 쓸모없는 물건을 이르지만동음이의(同音異意) ‘승소(僧笑)’는 죽()도 밥도 아닌 가늘고 긴 면()국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모르긴 해도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국수를 한번만 먹고 자란 사람은 없을 테다.


    어렵고 힘들게 감내(堪耐)해야 하는 시간이 더없는 선물의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프랑스에서는 2014년 대형마트 인터 마르셰가 등급 외 농산물 소비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수프에 들어간 못생긴 당근을 누가 신경을 쓰나? (Who cares about the ugly carrots in the soup?)”라는 포스터 문구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등급 외 농산물에 대해 소비자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판매량도 점점 늘고 있다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절미라는 떡 이름이 충남 공주(公州)에서 유래했다는 그럴싸한 설화가 있다조선 중기 인조가 이괄(李适)의 난()’으로 허겁지겁 피신(避身)온 공주(公州)에서 진상시킨 떡을 맛있게 먹고 절미(絶味)’라고 칭찬한 데서 인절미라고 이름 붙였다는 것이다유래(由來)야 어쨌든 이 때문에 공주는 인절미의 본고장처럼 여긴다고 한다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경험해봐서 알지만, “시장이 반찬이다고 하지 않던가요?


    일반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가 깜짝 놀라 내려놓게 한다정부당국은 경기부양과 환자발생 저지라는 두 마리 토끼는 국민들께서 생업과 일상을 잠시 멈추고 거리 두기에 힘써 주신 노력 덕분이라고 감사드린다우리들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저마다 잘 알겠지만, “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방역망의 통제범위 바깥에 지역사회의 잠복감염이 여전히 상당 수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탄생은 축복이고 죽음은 축제라는 자연의 섭리가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찾아든다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한 것을 사람들은 폭풍전야(暴風前夜)’라고 이른다올바른 마음을 다져가며 두루 생각하기에 따라 저마다 꿈과 이상을 아름답게 펼쳐 나아갈 일이다너나없이 어렵고도 힘든 세상살이에 절망보다는 희망을 선택했으면 오죽이겠다.


    作爲少陰德 飾非多陰情 人心雖曖昧 天道自分明 手足旣皆露 語言安足憑

    - ‘보잘 것 없는 음덕을 조작하고 허다한 속내를 교묘히 얼버무리네. /

    사람의 마음은 비록 희미하지만 하늘의 도()는 절로 분명하다네. /

    손과 발이 이미 다 드러났는데 어찌 말에 기대를 하겠는가. /

    소옹(邵雍)/北宋유망음(有妄吟)]


    2020년 917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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