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룩선생에 기운 술잔의 마음

  • 관리자 | 2007.06.11 07:11 | 조회 2757

    누룩선생에 기운 술잔의 마음

    박 남 석 (토론토)

    우리는 몰라도 되는 일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지만, 꼭 알아야 할 일에는 무관심할 때도 적잖습니다.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던 구석기시대의 유전자를 지녔다는 비아냥에도 겸연쩍잖은

    현대인들은 풍요를 구가하면서 유의하지 않으면 피하기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생활습관의

    변화로써 건강을 지킬 수 있는데 - 입은 즐겁고, 물 찬 제비처럼 되길 바라는 - 아무튼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체내에 축적하는 현실은 '우유배달원이 우유를 마신 사람들보다 건강하다'는 역설에 할 말을

    잃는 지 벌써 입니다.

    청(淸)나라의 강희제(康熙帝)가 베푼 만한전석(滿漢全席)은 희귀한 재료의 요리로 알려졌지만 미각

    을 위한 지나친 호사였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은 살기 위해서 먹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나저나 지금도 중국에서 알아준다는 황하의 잉어(黃河鯉魚)요리가 귀한 음식으로서 대접을 받게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당(唐)왕조를 건국한 성씨 (姓氏)의 이(李)와 잉어를 뜻하는 리(鯉)의 발음이 서로 같아 그 의미를

    크게 부여하여 병부(兵符)로 잉어문양을 사용케 했다는 후문도 전합니다. 그래서 역린(逆鱗)을 겁낸

    환관(宦官)들의 못 말린 아부를 두고 글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고자(鼓子)X' 이라고 했다지 뭡니까.

    상추 밭에 똥 누다 한번 들킨 개가 다음에도 영락없이 누명을 감수해야만 하는 속 터질 심정은 기막힌

    오해를 낳게 합니다. '봉황은 오동나무 위에만 내려앉는다'고 주장하면 막국수면은 메밀로만 만드는

    것이 상식일터입니다.커피는'악마처럼 검고,지옥처럼 뜨거우며,천사처럼 순수하고,사랑처럼 달콤하다'

    며 마른 입에 군침을 감돌게 하니 누룩선생에 기운 술잔의 마음이야 어디 오죽하다 뿐이겠습니까.

    오늘을 내일로 미루는데 익숙한 우리들은 내일 되면 짐짓 어제를 핑계 삼을 줄도 압니다. 아서라말아라

    하는 일에 신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스스로 합리화하면 나쁜습관에 젖는 결과는 뻔합니다.용비어천가를

    부를줄 모르는 여자는 수다로서 남자를 질리게 한다지만 남자는 침묵으로 여잘 오해하게 하기도 합니다.

    복숭아와 자두꽃은 아름답고,열매는 맛이 있기 때문에 굳이 놀러오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 나무 밑으로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그냥 저냥 얻어들은 느낌이 혼자 주워 든 보물단지 같아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桃李不言下自成蹊 (도이불언하자성혜)".

    식당메뉴에는 음식의 주된 재료나 조리방법에 따라서 이름이 다양한 걸 보면 그만큼 사람들의 입맛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바짝 굽거나 설익히거나 호불호(好不好)를 챙기더라도 때론 마음으로

    먹고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하겠습니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할 때가 너무 많습니다. 자각증상조차 없이

    나타나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과다한 영양섭취와 신체활동부족이 대사증후군으로 일컫는 당뇨와 합병증

    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상당수의 내과의사는 전업을 고려할는지 모릅니다.아파도 적당히 조금

    만 아플 수 있도록 건강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살다 보면 살아가는 일에도 타성이 생기고 점점 나이가 들어 갈수록 꿈도, 천사도 뵈질 않는다고 자탄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절간 추녀 끝에 매달린 물고기 모양의 풍경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길 본받아

    수행에 정진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답니다. 우스갯소리로 약속장소를 잊으면 건망증이지만, 약속한 사실

    조차 모르면 치매라고 합니다.긍정적 사고의 씨앗에서 싹튼 꿈과 희망이 내일을 이끈다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들 모두 건강하게 삽시다.

    중앙일보(Toronto) 2007년 6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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