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휠체어와 함께 걸은 평화마라톤

  • 관리자 | 2006.10.04 13:31 | 조회 2303

    휠체어와 함께 걸은 평화마라톤

    박 남 석 (토론토)

    코스모스 꽃잎에 이슬망울 머금고 새털구름 높디높은 시월하늘이다. 걷자! 달리자! 한반도평화와 한인사회의 건강을 기원하고 아울러 온타리오주정부가 지정한 한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제2회 평화마라톤에 참가자들의 준비운동이 이른 아침 여기저기서 바쁘다. 뉘 허름한 주머니 속에 어패(御牌)가 든 줄 어이 헤아릴 수 있으려나…… 속마음을 들키잖고 지켜야 할 자신의 건강을 위해 걷고, 달린 우리들은 멈출 수 없는 자유이며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했다.

    토론토한인회관의 입구 레슬리 도로선상을 가득 메운 주자들이 평화통일을 일제히 복창한 뒤 출발신호에 따라 물밀듯이 밀려 나가는 발자국소리가 지축을 흔든다. 불의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여의찮은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정목사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바퀴가 달린 새의 기분이라며 연신 즐거워하신다. 머물지 않고 지나간 바람 끝이 좋았는데 저쪽의 모퉁이를 돌아 서자 권해주는 물맛 또한 기막히다. 저만치 넘어지면 결승선이 닿을 것 같았는데 애태우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 된다. 앞서는데 익숙지 않고 뒤돌아보는 여유는 없었지만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였다.

    신이 인간에게 뿌리대신 다리를 달아준 것은 가만히 서있지 말고 걸으라는 뜻이었을 게다. 파방(罷榜)에 수수엿장수나 깃 떨어진 봉황의 처지가 어찌 삼가고 삼가지 않을 수 있을까 만, 움켜쥔 인연보다는 나누는 인연으로 살아가야 할 인간의 삶 가운데 귀중한 것은 무얼까? 그 중 하나는 자신의 뜻과 마음에 올바르게 따르는 것이 아닐는지.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반긴다고 했다. 향기 있는 꽃이냐, 쓸모 없는 풀이냐 가름하는 것도 저마다 생각하기 나름일 터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동포들의 의지와 단결을 선양한 오늘은 즐겁고 보람찬 하루였다. 활짝 피었다가 금방 이울고 마는 나팔꽃처럼 짧은 시간이었을망정 안전구급요원의 짐이 되는 상황도 없었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준비와 진행 그리고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고마운 손길과 성원에도 깊이 감사 드린다. 한국영화 말아톤 의 관람은 또 하나의 인간승리를 발견하는 참 좋은 시간과 경험이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

    넉넉해질 인심과 계절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하였으면 오죽 좋으련만.신이야 넋이야 불만족을 일거리 삼는 사람들은 비끼는 바람이 가랑비를 돌아갈 줄 모르면 우산도 소용없다고 야단법석이다. 우리들의 몸무게중심을 발뒤꿈치, 발바닥, 발끝의 순서로서 옮겨가며 빠르면 빠른 대로, 느리면 그런대로, 번영될 조국 대~한민국의 평화와 통일을 비는 마음으로 걷고 또 달립시다. 새벽같이 컴퓨터를 깨워서 자판을 두드리는데도 귀찮은 내색을 전혀 내보이질 않으니 이것 또한 고마운 일이다.

    한국일보(Toronto)A7. Wednesday, October 0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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