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 평화 마라톤” 박남석(#7)

  • 관리자 | 2005.10.05 13:36 | 조회 2875
    “토론토 평화 마라톤”

    박 남 석 (토론토)

    자나깨나 여윈 잠을 쫓아가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도록 외치던 “대~한민국!”의 함성이 귓전을 맴돌아 들려오는 듯 하다.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온몸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피곤한 줄 몰랐던 붉은악마들의 엊그제 같은 감격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오늘따라 새로운 각오를 새겨 다지게 한다.

    자랑스런 조국의 광복 60주년을 되새기고 한반도 평화와 안녕을 염원하는 뜻 깊은 평화 마라톤이 토론토 한인회의 주최로 레슬리-욕밀스-던밀스-에글린턴을 연이은 10.5Km의 코스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가을 깊어가는 주변경관이 빼어나다기 허물로 삼으려 하던 소슬바람은 땀을 덜어주고 청명한 날씨는 오지랖이 넓다 보면 구차스런 잔소리에 그칠 터이다.

    신발신고 발바닥을 긁던 사람이 꿈속에서 물이 덜 빠진 개울가의 감탕을 쑤석거려 살진 미꾸라지를 잡아 올린 후 실컷 먹던 추어탕은 눈을 뜨고 나니 괜히 서운한 마음을 갖게 하더란다. 덜 찧어진 무른 청태가 간혹 씹히는 따끈한 청국장맛을 두고 맛이 전만 못하다고 투덜거린 사람의 의식가운데 잠재한 인식을 전환하기란 어렵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오뉴월의 곁 불도 쬐다가 뒤돌아서면 서운타 오면가면 주워서 얻어들은 이야기라서 이다.

    평화마라톤에 이어 펼쳐진 무대 위에서 고혹적인 리듬을 타고 한 비트의 스텝으로 정열의 몸짓을 하는 살사댄스, 나비처럼 날렵한 춤사위와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 사물놀이는 반나절 오후를 꼼짝없이 즐겁게 해주었다. 북장구 치는 구성진 장단에 어깨를 저절로 들먹이는 흥과 숨길 수 없는 그 멋이 영락없는 한국사람인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아름다움의 극치는 죽음과 통한다는 고대희랍의 심미관(審美觀)이 승전소식을 쥐고 42.195Km를 달려온 전령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객관적인 생각일지나 인간의 한계를 가늠하는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면 편견과 몰지각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보다 멀리, 보다 빠르게, 보다 높이를 구현하는 올림픽에서 마라톤이 경기의 백미로 꼽히는 이유를 알 만하다.

    크고 작은 행사에서 비교 할 바 아닌 봉사의 손길은 항상 힘의 낭비 없는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준다. 어려운 여건에서 이뤄진 행사의 바라지에 도움 주시고, 수고하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드리고 싶다. 겸손한 최선과 차선의 떳떳함을 유감없이 보여준 우리들은 앞서거니 뒤돌아보지 않고 뒤서거니 포기하지 않았다. 한반도의 평화가 이룩되길 기원하는 오로지 한마음 한 뜻으로 힘차게 뛰고 끝까지 달렸다.

    2005년 10월5일(수), 토론토 한국일보(A7)에 게재를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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