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높은 곳에 영광, 땅 위엔 평화"

  • 박남석 | 2016.12.23 09:29 | 조회 1756

    “하늘 높은 곳에 영광, 땅 위엔 평화”

    박 남 석 (토론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 아기예수께서 찾아오실 날이 낼모레입니다. 독자여러분들께서 즐거운 성탄과 복된 새해를 맞이하여 좋은 일과 보람이 가득하시길 삼가 바라마지 않습니다.


    “When you live in the hearts of those you love, remember then, you never die.” -Rabindranath Tagore- ‘이웃을 위하는 일에 충실하였는지? 벗들과 사귐에 진실과 믿음이 있었는가? 유익한 일을 열심히 배우고 익혀 냈는지?’ 증자(曾子)의 일일삼성(一日三省)을 들먹일 필요까진 없어도 자신의 자발적 의지에 따라 문턱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고 제 손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력만 지녔어도 감사해야할 일이다.


    하기야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마땅하겠고, 좋은 술은 값비싼 술이 아니라 적당히 마시고도 흥취를 돋워주는 것일 테다. 어느 세상에 아프고 싶어서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환자진료와 간호 및 지원팀의 헌신적인 서비스는 물론이고, 끊임없이 불 밝히며 연구에 매진하는 기초의학에 힘입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어떤 수고의 대가(代價)를 바라지 않고 기쁨으로 봉사하는 재능기부자들과 관련단체 그리고 감사할 줄 아는 가슴 뭉클한 모습이 험난한 세상에 살아갈 맛이 솟구치게 하는 곳이 있다. 항간에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의 에두른 뉘앙스와 전혀 다름은 물론이다.


    투병생활은 긴장의 끄나풀을 놓을 수 없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지루함의 연속선상일 때가 많다. Sunnybrook Health Sciences Centre에서 진행하는 Recreation Therapy 프로그램은 환자들의 심신을 일깨워 북돋아주는 요법(療法)의 일환이다. 연중무휴로 하루에 한 시간씩 1930s~1940s와 1940s~1950s Music, Jazz Music, Country Music, Choir, Big Band, 피아니스트, Organist, Klezmer Music, A Cappella중에서 번갈아가며 Warriors’ Hall(K-Wing) 무대 위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들을 귀와 살필 줄 아는 두 눈은 활짝 열어두었지만 몸이 여의찮으니 도움을 받아 일상을 영위하시는 분들이 우리들 주위에는 생각보다 많다. Titanic호에서 구사일생했는데 접시 물에 빠져 익사했다면 논리의 비약이라 한다지만 ‘행여나’가 ‘역시나’로 되는 경우가 없으란 법도 없진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긴가민가한 일은 경험을 거쳐 확신을 가지려는 까칠 이지만, Palliative Care가 사랑하는 어머님과의 세상이별을 준비해간다는 걸 짐짓 모른척하면서 동병상련(同病相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병상 곁을 지킨다. 익히고 따르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내가 최선을 다하여 기울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라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가 주어진 하루 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이해인의 <어떤 결심>]


    2016년 12월23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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