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마간산(走馬看山)’

  • 박남석 | 2019.12.11 17:44 | 조회 514

    주마간산(走馬看山)’

    박 남 석 (토론토)


    봄에 피는 꽃에는 온갖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바람차고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아무도 찾질 않듯이 무상(無常)하기 짝 없는 세상인심이다경서(經書)에서 일러주는 오복(五福)에는 (,장수), (,여유 있는 세간 살림살이), 강녕(康寧,평안함), 유호덕(攸好德,어진 덕()을 닦음), 고종명(考終命,천수(天壽)를 누림)’을 손꼽는다.


    오늘 세간(世間)의 이목은 캐나다연방선거에 모아졌다현 집권 자유당과 전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이내라지만 마지막에 웃음 짓는 후보가 오타와 의사당에 입성하여 보다나은 캐나다를 건설하기위한 정책을 이끌어갈 것이다미래는 정해진 게 아니고 확률(確率)분포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달라질 수도 있다한인사회에서도 여러 후보들이 출마하여 열심히 뛰었다.


    캐나다 한인사회 첫 연방 하원의원이 탄생했다는 소식이다. 1021일 치러진 연방총선에서 BC주 포트무디-코퀴틀람 선거구에 출마한 넬리·(윤주보수당)씨가 총 16,588(31.3%)를 획득, 2위 차이로·자리요(신민당, 16,255·30.7%)후보를 333표 차이로 당선됐다손에 땀을 쥐게 진행되던 개표에서 박빙(薄氷)의 우위로 승리했다니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유권자들과 허물없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의정(議政)활동에 있어 건강과 가호(加護)하심이 함께하길 빈다.


    아니면 말고가 전제(前提)라면 모르지만미래를 예측하는 일 절대 쉬운 게 아니다과거 사례를 돌이켜봤을 때 냉철하게 판단해보면 운칠기삼(運七氣三)이 많이 작용하였음을 알게 된다선거도 마찬가지다여러 후보 중에 한명이 당선되는데 누굴 지목해도 확률은 실로 대단하다어두컴컴한 밤중에 문고리를 잡듯 맞추면 영험(靈驗)한 점쟁이가 된다세상만사 너나 할 것 없이 알게 모르게 이런 실수 너무나 많이 한다. ‘운칠기삼(運七氣三)’은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이란 작가의 작품 ‘요재지이(僥齋志異)’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정치권력의 가장 심각하면서 고질적인 문제는 내부의 성찰과 고언(苦言)과 토론이 없다는 점이다복지부동(伏地不動)의 결과는 그 어떤 정책의 수정이나 전환도 없고정치적 타협이나 후퇴도 없다당연히 그 어떤 실수도잘못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자기 성찰(省察)과 토론의 부재(不在)는 스스로를 뻔뻔하게 만들고 만사에 안면몰수로 나가게 한다.


    숙수(熟手) 인절미를 만들다보면 손에 콩고물이 묻게 마련이다탐관오리(貪官汚吏)들의 매관매직(賣官賣職)이 횡행(橫行)하던 시절에는 평안감사도 손아래 조카 같았다는 말이 버젓할 정도였다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일이야 당연한 일이지만눈치코치 없는 둔재(鈍才)에겐 쉬운 일만은 아닐 수 있다치아가 없으면 잇몸이 대신해서 오물거릴 수 있지만주어진 밥그릇이 간장종지라며 식어도 맛있다고 권해주는 희멀건 죽()맛이 오죽했을까요?


    한국 지성의 큰 산맥인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인터뷰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기사를 읽었다. “() 생명을 평등하게 만들었어요능력과 환경이 같아서 평등한 게 아니라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는 게 평등이지요또 하나살아있는 것은 공평하게 다 죽잖아동양에선 덧없는 것을 꿈()이라 하고 서양은 판타지를 꿈(dream)이라 하지요자기 삶의 어두운 면이 비치는 게 꿈이에요깨어나면 식은땀을 흘리고 다행이다 싶지만요.” “죽는 것은 돌아가는 것… 내가 받고 누린 모든 게 선물이었다과학을 모르면 무신론자가 되지만 과학을 깊이 알면 신의 질서를 만난다.”고 했다.


    자신이 영화감독이라면 마지막에 ‘END’ 마크 대신 꽃봉오리를 하나 꽂아놓을 거라고 했다피어있는 꽃은 시들지만꽃봉오리라면 영화의 시작처럼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을 테니까그리고 선생은 모든 문제를 어원(語源)으로 접근해간다며 피에로는 겉으론 웃고 속으로는 운다.”고 하셨다우리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딱 한 가지야덮어놓고 살지 마세요그리스 사람들은 진실의 반대가 허위가 아니라 망각이라 했어요요즘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잊어서 그래요자기가 한 일을 망각의 포장으로 덮으려드니 어리석어요부디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이어령(李御寧)]


    2019년 1025일 KREP



    수정 삭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