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시비비(是是非非)’

  • 박남석 | 2019.12.11 18:02 | 조회 554

                                                            

    시시비비(是是非非)’

    박 남 석 (토론토)


    캐나다 기상청에서 혹한(酷寒)을 예보해주는 “Time to prepare for the record-breaking, teeth-chattering season ahead!” 자막이 대문짝만하다그래도 꽃은 봄이 오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고보다 확실한 것은 내일도 태양은 떠오른다는 것이다.


    우리들 곁에 동장군이 성큼 다가섰다오늘처럼 눈보라치는 경우엔 미끄러워 하는 수 없이 앞차가 움직이는 만큼 안전거리 유지하며 뒤따를 수밖에 없다젊은 혈기(血氣)에 바쁘고 성급해진 마음일지나 안전운행에 서로 양보해가는 느긋한 마음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5분 빨리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고 한다믿고 싶고 반복해서 생각했다고 그저 이뤄지는 일은 없듯이 질서와 차례가 인간문명의 전유물(專有物)만은 아닐 테다큰 탈 없이 고마운 세상이 우리들에게 다정했다고 감사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사냥꾼을 맞닥트린 타조(駝鳥)는 대가리를 모래밭에 파묻는 속성을 지녔다고 한다지구촌에서 가장 큰 조류(鳥類)이지만 날지는 못해도 쏜살같이 달리는 타조의 눈은 흥미롭게도 뇌()보다 크고 모든 육지동물 중에서도 가장 크다고 한다까투리처럼 스스로 눈만 가리면 사냥꾼도 없어진다고 믿는 셈이다이래저래 어려운 문제가 맞닥치면 현실을 인정 못하고 기피하려드는 어물쩍한 심리를 타조증후군(Ostrich Syndrome)’이라고 한다.


    뉴욕에서 뉴요커와 관광객을 구별하는 몇 가지 방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손꼽자면 무단횡단(jaywalking)이라고 한다신호등 색깔이 바뀔 때까지 길을 건너지 않고 교통 법규를 지키는 사람은 관광객신호등 색깔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차가 오는지 확인한 뒤 건너는 사람은 뉴요커란 것이다우스갯말이지만맨해튼 일대에선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사람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신호등을 무시하고 길 건너기가 자연스러운 것은 블록 단위로 설계된 맨해튼 도로는 6차선 거리도 자동차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대부분 일방통행(One Way)이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매콤하면서 알싸하니 혀끝을 자극하는 매운맛을 선호함은 주관적이긴 하다스코빌인덱스(Scoville scale, SHU)가 물경 1,500,000~2,200,000에 이른다는 부트 졸로키아(Bhut Jelokia)’에 도전하고 혼비백산(魂飛魄散)하는 것은 모험이 아니라 차라리 만용에 가깝다고 할까골라먹는 재미는 덤이라지만 먹으면 혼()이 빠져 나갈 정도라서 유령 고추(Ghost Pepper)라고도 불린다니 제발 허세부리며 얕잡아볼 일은 아닌 모양이다.


    예상되는 고통은 피하려드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지만 왜 매운 고추를 찾아 나서는지청양고추보다 100배나 더 매운 이 고추는 최루탄(催淚彈제조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온몸이 따끔거리고손발이 마비된 듯하며 20분간은 미칠 것처럼 괴로운 고통의 크기는 캡사이신(capsaicin)의 농도인데 날이 갈수록 더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들견디면언젠가는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경험을 선사하는 유일한 고통이 매운 맛의 고통이기 때문일까요?”


    총선(總選) 다가오면서 현역의원들 중에 휴대전화에 필름을 씌워 차단하는 경우도 있는가하면 실수냐 고의냐 논란 속에 문자 메시지로 속내를 흘리는 수단으로 계산된 노출이라는 분석도 있다민의(民意)를 대변하는 듯도 하지만 욕망이 투영(投影)돼 있고국민을 위해 일한다지만 기회를 준 국민에게 의리를 지켜야하지 않을까정치인들의 착각은 악수를 나눈 유권자는 모두 내 편이겠거니 믿고 싶겠지만민초(民草)들은 손을 내밀었을 뿐 소중한 한 표를 던지진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오르고 내려가는데 지름길은 없다그 무엇보다 신중히 여겨 받들어야 할 가치는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다!’


    초원의 빛이여 / Of splendor in the grass

    꽃의 영광이여 / Of glory in the flower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으리 /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그 뒤에 남겨진 것들에게서 힘을 찾으리 /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윌리엄·워즈워드의 초원의 빛]


    2019년 1122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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