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후소(繪事後素)"

  • 박남석 | 2016.10.28 06:27 | 조회 1755

    회사후소(繪事後素)”

    박 남 석 (토론토)


    장날마다 꼴뚜기가 어물전에 출현할까만『논어(論語)』‘팔일(八佾)’에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고난 후의 일이다.”는 뜻을 에둘러가며 일러준 공자말씀이 생각을 키워준다. [그릴 회(繪) / 일 사(事) / 뒤 후(後) / 흴 소(素)]


    미국 싱어 송 라이터 Robert Allen Zimmerman(예명 Bob Dylan, 75)에게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기로 스웨덴 아카데미가 결정했다. 저항의 자유 그리고 평화를 노래하며 평화와 전쟁, 자유에 관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형식을 빌린 가사의 내용이 반전(反戰)의 기치(旗幟)를 치켜세운 ‘Blowin’ in the Wind’는 그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이다.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Yes, ‘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Yes, ‘n’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 balls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 그를 인간이라고 부르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하나 / 모래 위에서 잠들기 전까지 하얀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를 건너야 하나 / 사용이 금지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녀야 전쟁이 없는 세상이 될까요? /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하겠지만 그 대답은 부는 바람 속에 있네. -


    노래하는 음유(吟遊)시인으로 불리는 그의 노벨문학상 선정소식은 온통 스마트폰에 빠져 땅만 내려다보고 다녀도 이해가 상충(相衝)하는지 뒷북치며 폄하하기에 바쁘단 소리도 얻어듣는다. 기껏해야 ‘책읽기창법’이라고…. 게(蟹)새끼는 집고 고양이새끼는 할퀴고, 자갈밭을 지나는 빈 수레는 요란하기만 하더이다. 사돈네8촌이 논마지기를 사들이려는지 횟배가 꿈틀거린다며 못난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보단 의식이 충만한 사람들이 될 수 있었으면 오죽이겠다.


    미국대통령선거 막바지 상황에서 트럼프 대선후보가 저속한 표현으로 유부녀 유혹 경험을 자랑하는 10년 전 ‘음담패설 녹음파일’의 직격탄에 휘청거리는 사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는 승기(勝機) 굳히기 총력전수순에 들어갔다는 뉴스다. 세상만사가 상대적이라지만 문제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일을 들먹이고 핵심을 슬쩍 피하려드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단 말씀으로 이해가 된다. 물이 빠져 허우적거리면 지푸라기라도 움켜잡는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그에 대한 성추행 논란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와 기반을 깎아내릴 공산이 너무나 커 보인다.


    열띤 공방을 펼쳤다고 자화자찬(自畵自讚)하겠지만… 미국 대선 3차 TV토론에서 두 후보 간 악수 없이 시작하고 악수 없이 끝냈다. 난국을 헤쳐 이끌어나갈 국민적 영웅이랄까 봐 비전의 제시는 없고 서로 헐뜯기만 하는 듯이 보였다. 정치인들이 내비친 속내야 그렇다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더니 진흙탕싸움에 식상하고야만다. 난세(亂世)에 영웅이 난다고 했지만 어쩜 작은 관심 하나부터 올바른 변화의 시작이 되어야하지 않을는지.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여긴다는데, ‘깡통맥주의 저주’라며 섣부른 비판을 쏟아내는 건 중요한 가치를 간과하고 있음이 아닐까. 비록 월드시리즈진출에 날개가 꺾였어도 동심(童心)에게 꿈을 심어줬고, 병상을 지키는 환우들에겐 건강의 고마움을 절실하게 해줬다. 덩달아 열광하는 환호보단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움츠려든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여유가 조금쯤 아쉬워 뵈긴 하더라마는… 짙어가는 계절의 변화가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낳게 하지만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다.


    2016년 10월28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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