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끌시끌한 세상'

  • 박남석 | 2016.11.11 22:05 | 조회 1679

                                                 ‘시끌시끌한 세상’

                                                                                    박 남 석 (토론토)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곳 없네!” 에두른 옛 시구(詩句)를 빌려야 하는 것은 다하지 못하는 마음이 찾아낸 방법일 테다. “분추경리(奔趨競利)가 입방아에 회자(膾炙)되더니만 반칙이 횡행하는 막장 드라마가 현실이 됐고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은 뒤통수 맞은 격이니 어찌 맥(脈) 풀리지 않겠는가. 이렇게 꼬집고 풍자라도 해야 맺힌 분노가 조금이라도 풀리는 국민마음일 것이다.”는 고국뉴스다.


    ‘용(龍)을 그린 뒤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 것’을 사물의 중요한 부분을 완성시켜냄에 빗대어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한다. 양(梁)나라 “장승요(張僧繇)가 금릉(金陵)에 있는 안락사(安樂寺) 벽에 4마리의 용을 그렸는데,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이 날아 떠나버린다며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믿으려들지 않자 한 마리의 용에게 눈동자를 그려 넣었더니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고 벽이 깨지더니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은 3마리의 용들은 그대로 남았다.”고 수형기(水衡記)에 전해온다. “張僧繇於金陵安樂寺, 畵四龍於壁, 不點睛. 每曰, 點之卽飛去. 人以爲誕, 因點其一, 須臾雷電破壁, 一龍乘雲上天. 不點睛者見在” 

        

    “마음씀씀이는 좁히자면 바늘 끝 하나 꽂힐 자리도 없고 넓히자면 온 우주를 품어도 남는다.”는 말을 귓전이 닳도록 얻어듣고 애써 익혀온 우리들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혼자서 제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게 누군가에겐 꿈이 될 수도 있다.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 도와준다고 하지만, “나아감에도 무능하고 물러감도 어렵거니와 벼슬길 조심스러움 보기 딱하기도 하다”던 선현들의 말씀이 왠지 무릎을 치게 한다.


    하찮게 보이는 관심이 삶의 흐름을 바꿀 수 있고 작은 변화가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동병상련(同病相憐)하는 마음으로 건네는 인사는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북돋워준다. 스스로 초라하다고 생각하면 믿어마지않는 그대로 이뤄지는 세상살이다. 서로 돕고 나눌 줄 아는 삶에 보람을 느껴야 오죽이겠으나, 미워해가며 닮아간다고도 하니 이래저래 정답이 없고 가설(假說)이 무성할 뿐인가도 싶지만 내일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하겠다. 

     

    싸움에서 이기는 장수는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승리할 수 있는 여건(與件)을 만들고, 패장(敗將)은 동서남북 알지도 못하면서 싸움을 시작한다지요. “소나무가 대나무에게 말했다. 산골짜기에 가득 눈보라가 몰아쳐도 나는 강직하게 머리를 들고서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히진 않는다오. 대나무가 소나무에게 답했다.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 법 나는 청춘의 푸름을 고이 지킬 따름 머리 숙여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오.”


    나방류 해충은 잎이나 과일, 새순 등을 갉아먹어 피해를 끼친다는데 과수원과 고추밭 주위에 옥수수를 심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둔다고 하지만. 씨앗 뿌리고 심은 대로 수확하는 농부들에게 기상변화와 병충해는 커다란 도전에 틀림없을 테다. 들쭉날쭉 널뛰기하는 농산물가격이 해거리하는 작황 탓도 있지만, 유통구조의 개선과 종잡을 수없는 농간(弄奸)을 배제해낼 수 없다면 도레미타불이라니 유념할 일이겠다. 결코 몇 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書不必孔子之言(글월이 공자 말씀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藥不必扁鵲之方(약이 반드시 편작의 처방이라야 하는 건 아니네). 合議子從(이치에 따르고) 愈病者良(병을 낫게 하는 것이라면 양약이지). 君子 博取衆善 以輔其身(군자는 좋은 점들을 취하여 자신을 온전하게 한다네.” [모자(牟子)/東漢,《홍명집(弘明集)》에서]


    2016년 11월11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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