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세상

  • 박남석 | 2016.08.19 17:36 | 조회 1750

    새로운 세상

    박 남 석 (토론토)

     

    모름지기 약(藥)이란 흔전만전한 것보단 어렵사리 구한 게 효험이 뛰어날 것이라고 믿어마지않는 우리들이다. 가을로 접어든다는 입추에도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던 더위였지만, Rio 올림픽축제에 참가한 206개 나라 선수단이 한계에 도전하는 땀과 하나로 어우러진 숨 그리고 메달보다 빛나는 꿈으로 엮어낸 드라마가 한창이다. 말복이 지나서인지 먼 산과 너른 들판을 휘돌아 온 바람결이 제법 서늘해져간다.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授受)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다. 본법의 취지가 전하는 메시지는 부정부패 척결에 있다. 관행처럼 저질러온 잘못된 구습(舊習)을 청산하고 건전사회를 이룩함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직무와 관련된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도 역력하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여겨져 온 것들 중 법 적용대상인지 아닌지 미심쩍은 경우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일 테다.

     

    고갤 끄덕이기도 하지만 마뜩찮게 여기며 예외와 빌미를 찾으려드는 세상이고 보면 알쏭달쏭한 게 요지경속이다. 참~거시기 하지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란 여의찮을 수도 없진 않을 것이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겠지만 청탁관행과 비리가 만연한 것은 마땅히 규율하는 법제도가 없다보니 악순환이 거듭됐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고, 기준이 모호한 업무영역에선 직위를 이용한 청탁이 통용돼 왔던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니 말이다.

     

    농축산식품부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제정 시 명시돼 있는 금액의 기준을 상향해줄 것을 법제처에 공식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적(私的)이익을 위한 공적(公的)권한의 남용금지가 핵심 취지인 만큼 이해충돌의 방지규정을 살려내야 한다는 주장이라지요. 큰 뜻을 지향한다며 에두른 내용의 범위가 새삼스러울 것까진 없지만, ‘비현실적이다’는 기준과 그 배경은 무엇일까. “사슴을 쫓는 자는 토끼를 거들떠보지 않는다(逐鹿者不顧兎)”고 회남자(淮南子)가 말했듯이 그나마 연목구어(緣木求魚)의 우(愚)를 범하지 않았으면 오죽이련만….

     

    견문발검(見蚊拔劍)을 할 수 없었다는 설득력이 부족한 핑계는 그렇다손, 김영란법의 성공조건에 모든 청탁관행의 금지와 모두가 ‘NO’ 할 수 있는 명분을 적시(摘示)했다. 인사 등 14가지 직무와 관련된 청탁은 금품수수 정황을 밝혀낼 수 없어도 처벌되고 상사의 청탁형 지시도 불법이라고 한다. “나 스스로가 먼저 세상에 일어날 그 변화가 되어야 한다.”는 간디의 말처럼, 부정청탁을 하지도 말고 또한 당당하게 거절하자.

     

    글귀에 “아궁이에서 섶나무를 꺼내면 끓는 물이 식게 되고, 풀을 없애려면 뿌리를 뽑아야한다.(抽薪止沸 剪草除根)” 는 말이 있다. 참새가 어이 봉황의 뜻을 헤아릴 수 있으랴만 법과 제도가 국민의 일상을 원활히 영위하도록 도와야지 억누르는 장치가 되어선 아니 될 일이다. 우리 모두가 기울이는 지대한 관심과 실천은 살기 좋고 청렴사회 건설을 위한 시금석(試金石)이고 관건(關鍵)이어야한다.

     

    어이하여 미망(未望)보다 기망(旣望)의 달이 온 누리를 더 훤히 비추이게 마련일까만, 잇단 난관 앞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공자(孔子)를 두고 후세사람들이 평가한 말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엇이든 해보려고 하는 사람(知其不可而爲之者)’이라고 했다. 비록 그는 현실에서 실패와 패배를 거듭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오뚝이마냥 다시 일어났으며, 보다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였다.

     

    “사람을 사랑하였으되 친해지지 않으면 자신의 어짊을 돌아보고(愛人不親 反其仁), 사람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슬기를 돌아볼 것이며(治人不治 反其智), 사람을 예우하였으되 답례하지 않으면 자신의 공경을 돌아볼지니라(禮人不答 反其敬). 행(行)하였으되 얻지 못하면 모두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구해야 하느니(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 그 몸이 바르면 천하가 나에게로 돌아오느니라(其身正 而天下歸之).《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오래 헤아려 천명을 좇음이 스스로 복을 구한다.’(詩云 ‘永言配命 自求多福’) 하였느니라.” -《맹자(孟子)》의〈이루장구(離婁章句)중에서-

     

    2016년 8월19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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