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나무가 나와도 꽃피는 나무라고 그래라~”

  • 박남석 | 2022.06.23 08:00 | 조회 160


    죽은 나무가 나와도 꽃피는 나무라고 그래라~”

    박 남 석 (토론토)


    마른 주먹밥 하나로 사람 마음이 떠나버릴 수 있다는 경구(警句)가 있다바이러스의 광란(狂亂)이 지구촌 경제에 끼친 저()성장()물가 그리고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S’의 공포(恐怖)를 전해주면서 어두운 전망이 줄을 잇는다원론적인 자문자답(自問自答)으로 그치고 이론(異論)의 여지(餘地)를 찾아내기가 여간 쉽잖아 보인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롬·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장이 615(현지시각연준이 0.75%p의 대폭 금리 인상을 발표한 직후 미 언론들은 이번 금리 인상을 1994년 이래 첫 자이언트 스텝’ 인상이라며 역사적 금리인상으로 표현하고 있다공개된 미래 금리 전망에 따르면 연속된 금리인상 결과 올해 말 기준금리는 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3월 추정치보다 1.5%p나 오른 것으로 연준이 설정한 2.5%의 중립금리(인플레도 경제침체도 유발하지 않는 최적의 금리)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지금 고국에 내린 평균 51㎜ 강수(降水)의 영향으로 농경(農耕)지역의 논물마름밭시듦 등 가뭄이 일시적으로 해소됐다고 하지만가뭄에 애타는 농민의 마음을 다스려줄 가뭄상황과 급수대책용수(用水)부족수급(需給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불안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관계 부처의 노력은 눈코 뜰 사이가 없을 테다주요 농산물 생산국이 식량 안보를 내세워 농산물 해외반출을 제한하는 조치가 잇따르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치닫고 있다살아오면서 언젠가 뼈저리도록 겪어본 기시감(旣視感)이 찾아들지만 각골명심(刻骨銘心)하려들지 않은 우리들이 아닌가싶다.


    머문 듯 흐르는 것이 세월이라지만생전(生前)에 고향땅 황해도 재령(載寧)에서 고향에 계신 여러분그리고 우리 어머니복희가 왔습니다전국노래자랑” 무대를 펼치고 싶다던 국민 MC 송해(95·본명 송복희)의 꿈이 질곡(桎梏)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나래를 접었다~한민국 현대사에서 전국노래자랑 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셈이다.


    일상인으로 송해는 소박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누룽지에 김치찌개계란후라이로 하루를 시작하고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TV·음악 프로그램 최고령 진행자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된 그에겐 ‘Q카드’(방송대본)가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현대인에게 필수로 여기는 스마트폰과 자동차도 없었다고 한다안경 낀 얼굴로 웃음 가득한 모습이지만 그늘진 구석을 감출 수 없는 가슴앓이도 겪었다오토바이 사고 당시에 대학생이던 아들이 수술실로 옮겨지면서 아버지살려줘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어찌 잊을 수 없다.”며 그는 가슴을 쥐어짰다.


    고인(故人) 향한 추모행렬이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삶의 궤적이기도 했던 그는 전국 노래자랑이 자신의 교과서라며 후배들을 위한 조언으로 죽은 나무가 나와도 꽃피는 나무라고 그래라고 말하면서 노래자랑의 주인은 여러분즐거움을 몰랐던 걸 여러분들이 알아준 것난 철저히 전달자일 뿐이다며 겸손의 덕목(德目)을 보이기도 했다.


    그가 일요일마다 남녀노소 방송출연진에게 건넨 과 딩동댕은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일 수 있겠지만스스로를 향한 응어리진 메아리일 수도 있다마지막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임종도 지키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가수가 되고 싶어 하던 아들을 극구 반대하며 꿈을 풀어주지 못한 회한(悔恨),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고향을 밟지 못하는 현실.


    좋아하는 술 한 잔에 우거짓국 들이키고, “전국~노래자랑을 목청 높여 외치던 영원한 MC 송해(宋海그는 지금 꿈속에서라도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이들과 못 다한 회포를 나누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수도 있다그는 여러분 고맙습니다송해에서 “(탈락을 뜻하는)땡과 (합격을 말하는)딩동댕 중 뭐가 더 중요하냐고 묻는 분들이 계셔요. ‘을 받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릅니다.” ·북으로 분단(分斷)돼 애절한 이산(離散)가족의 쓰라림을 겪는 국민들에게 크나큰 웃음과 행복을 안겨주고 떠나신 송해(宋海선생님의 명복(冥福)을 빌어마지 않는다.


    “Yet To Come”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하긴 쉬워도 실천은 어려운 일이다. ‘내돈내산에는 꼬치꼬치 따져들면서 찾아 나선 날이 장날이라며 핑계 삼아낼 일은 아니다여러분의 고견(顧見)도 한국 사회에 던질 수 있는 금상첨화(錦上添花)의 메시지가 있다고 여긴다죽은 나무가 나와도 꽃피는 나무라고 그래라 스스로 다짐했던 마음가짐을 천금(千金)같이 여기고 지켜 감동이 함께하는 우리들이었으면 오죽이겠다.


    눈물 어린 툇마루에 손 흔들던 어머니 /

    길 떠나는 우리 아들 조심 하거라 그 소리 아득하니 벌써 70년 /

    보고 싶고 보고 싶은 우리 엄마여 재 넘어 길 떠나는 유랑 청춘아

    [송해가 2015년 발표한 노래 유랑(流浪)청춘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2022년 623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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