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감자

  • 박남석 | 2008.09.24 11:55 | 조회 2136


    삶은 감자 - 안도현
    삶은 감자가 양푼에
    하나 가득 담겨 있다
    머리 깨끗이 깍고 입대하는 신병들 같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중이다
    감자는 속속들이 익으려고 결심했다
    으깨질 때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고
    찜통 속에서
    눈을 지끈 감고 익었다
    젓가락이 찌르면 입부터 똥구멍까지
    내주고, 김치 머리에 얹히면
    빨간 모자 덮어쓸 줄 알게 되었다
    누구라도 입에 넣고 씹어 봐라
    삶은 감자는 소리지르지 않겠다고
    각오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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