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월의 한마당 큰 잔칫날

  • 박남석 | 2008.10.07 12:38 | 조회 2313

    시월의 한마당 큰 잔칫날
    박 남 석 (토론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캐나다 주류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토론토 한인회/한국일보가 공동주최하는 <평화통일10K마라톤/ 5K걷기>에 다녀왔다.

    남녀노소 510명의 선수들과 1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저마다 힘닿는 대로 걷고 달린 한마당 큰잔치였다.

    <논어> 옹야편(雍也篇)에 이르길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길 줄 아는 사람만 못하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采之者)”고 했다.


    여름 내내 비가 흔하더니만 서서히 짙어가는 단풍이 곱디곱다.

    여윈잠을 떨치고 서둘러가며 한인회관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준비운동에 바쁘다.

    해마다 더해가는 대회의 열기가 후끈했다.

    드높이 휘날리는 태극기를 우러르며 평화! 통일! 을 우렁차게 외친다.

    출발신호로 삼은 징소리가 09시 정각에 울리자마자 회관입구에서 레슬리-욕밀-던밀스-에글린튼-

    레슬리-회관으로 이어진 내리막길을 너도나도 물밀듯이 뛰어 달린다.


    백락(百樂)이 있어야 천리마가 난다지만

    “힘내세요!” 앞서거니 뒤따라오며 서로 건네는 한마디에 힘과 용기를 북돋는 격려가 되어준다.

    짐짓 하늘을 날 것 같은 마음이 부족한 노력 때문에 발목을 붙잡혀도 발걸음은 가볍다.

    평소 바깥출입에 지팡이조차 마다시던 어머니께서 휠체어를 얻어 타시고

    아무렴 감사의 마음과 기쁨을 노래하신다. 공경으로서 받들고 정성으로 모시어 마땅한

    울 엄니의 즐거워하신 모습에 더불어 나도 모르게 힘입어진다.

    오늘이 있어 내일이 더욱 아름다우리라.


    “고대페르시아제국의 후손임을 자랑스레 여기는 이란국민들의 마라톤에 대한 까칠한 정서는

    아테네의 밀티아데스 병력보다 우세했던 그들의 원정군이 참패한 마라톤전투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국민정서에 뛰어넘기 어려운 치욕의 잔재가 남았을 터이다.

    한번 부리면 이정도의 고집은 있어야하지 않을까도 싶다.

    사실 뭐니 뭐니 하는 명분을 무겁게 여기는 일을 한편으론 수긍을 하면서도 어떤 면에선 어려움이 따른다.

    듣기 좋을 말만 할 수 있었으면 오죽이련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돼 주어야하는 우리들의 삶이 인생인 것을...

    "내가 돌아서드래도 그대 부산히 달려옴 같이/ 그대 돌아서드래도 내 달려가야 할/

    갈라설래야 갈라설 수 없는/ 우리는 갈라져서는 디딜 한 치의 땅도/

    누워 바라보며 온전하게 울/ 반 평의 하늘도 없는 굳게 디딘 발 밑/

    우리 땅의 온몸 피 흘리는 사랑같이/ 우린 찢어질래야 찢어질 수 없는 한 몸뚱아리 /

    우린 애초에 헤어진 땅이 아닙니다." ‘우리 땅의 사랑노래 (김용택)’

    온타리오주정부가 지정한 ‘한인의 날’ 기념식을 겸한 시상식이 곧 이어졌다.

    신명난 꽹과리와 징, 현란한 가락의 북, 장구가 어쩔 줄 모르며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는데

    푸짐한 상품과 대한항공에서 제공한 한국왕복비행기표가 귀로 보고 손뼉을 치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성공적인 행사진행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집행부와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열정과 인내에 감사드린다.


    뛰면 뛰는 대로, 걸으면 걷는 대로 길 위에 우뚝 서면 누구나 주인이다.

    마음속에 수채화 한 폭 소중히 담아왔다.

    ‘나눔’의 소중함과 기쁨을 만끽한 즐거운 하루였다.


    세상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빛나는 목소리로 - 유익종


    2008년10월07일(화) Toronto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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