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밍국은 민주고냐국이다!"

  • 박남석 | 2008.06.05 20:02 | 조회 2165


    “대한밍국은 민주고냐국이다!”
    박 남 석 (토론토)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한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마리 개가 짖으면 온 동네 개들이 덩달아 짖어대고,

    한사람의 거짓됨이 많은 사람을 그르칠 수 있다(一犬吠形百犬吠聲, 一人傳虛萬人傳實)”는

    옛말이 생각을 키워준다.

    진실을 가리는 행위로서 바람직한 의미가 될 수 없는 말 가운데 ‘흐지부지’가 있다.

    국어사전에는 (부사) 확실하게 끝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기는 모양

    (명사) 남을 꺼려 우물쭈물 얼버무려 넘김이라고 적혀있다.

    못마땅하게 들리는 쓰디쓴 소리가 나를 위한 말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얻어들으려고도 않으며 근본적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길 꺼린다.

    개미구멍에 제방이 무너지고, 고인 물에도 태산이 기우는 법인데 말이다.

    부절(符節)을 맞춘 것처럼 일방적인 가치체계에 익숙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은 크고 중요하게 여기면서 타인의 고통은 하찮게 여기는 걸 볼 때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말하고 싶다.

    사마천은 이릉장군을 변호하다 무제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괘씸죄(誣罔罪)로서

    궁형(宮刑)의 치욕을 당하였으나 소신마저 굽히지 않고 사기(史記)를 완성하였다.

    공자는 직분과 분수를 지켜야 한다며

    “누에는 뽕잎을 먹고,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정명론(正名論)을 펼쳤지만

    그 말에 무서운 칼날이 숨겨져 있다고 후세에 비난을 받는 빌미가 되기도 하였다.

    “한없이 자랑스러운 나라, 한없이 위대한 국민 앞에 엄숙한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며

    제게 주어진 역사적, 시대적 사명에 신명을 바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하게 하겠습니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하겠습니다.

    문화를 창달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겠습니다.

    안보를 튼튼히 하고 평화 통일의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 하겠습니다.”던 제17대 대통령취임식이래

    전반적인 국정운영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발목 잡혀 진퇴양난이다.

    이어진 혼란의 와중에 검으면 희다 하고 희면 검다고 하는 일도 없진 않겠으나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나(我)의 마음 씀을 양(羊)처럼 착하고 의롭게(義) 가진다고 믿는 우리들은

    높은 도덕적 기준을 지녔다고 생각되는 분께 존경의 마음을 갖는다.

    빈대도 콧등이 있고 족제비도 낯짝이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수입개방 전면재협상과 대운하계획반대를 외치는 촛불집회가 수그러들 긴커녕 커져가고 있다.

    촛불을 지켜내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치 않고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길 무시한다면 그까짓 비 온다고 꺼질 촛불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한밍국은 민주고냐국이다! 대한밍국은 민주고냐국이다!” <헌법 제1조>의 뜻조차 모를

    어린이들까지 촛불을 들고 따라 부르며 나섰다.

    민요의 사설에서 유래한 말 가운데 ‘오맞이꾼’ (물을 맞으러 약수터에 갔다가 비를 맞고, 도둑맞고,

    집으로 돌아와선 매를 맞는다는 등등)은 애당초 아는바가 없지만

    익은 밥 먹고 하는 선소리로 들리진 않는다.

    곶감 죽(粥)을 먹고 엿목판에 엎드려지듯 뛰어들었다면 차안(此岸)에 부재(不在)함이겠으나

    시간은 촉박하고 상황은 엄중하다.

    살아있는 가치와 행복할 권리를 추구하려는 국민의 올바른 가치기준을 짐짓 모르는바 아닐 터에

    마음한번 고쳐먹는 일이 이렇게도 어려운가보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정자들에게 금언으로 받아들여지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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