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의 큰 명절 설날에...

  • 박남석 | 2008.01.31 08:15 | 조회 237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 남 석

    "시간이 존재하는 하나의 이유는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 이라고 한다.

    어김없는 계절의 질서이고 희망에 부푼 무자(戊子), 쥐 해이다.

    십이지의 띠 동물로 빗댄 다복, 성실, 용기, 사랑, 창조, 지혜, 역동, 순수, 재능, 나눔, 충직,

    그리고 행운을 기리며 추스르는 우리네 마음도 한껏 설렌다.

    설빔을 곱게 차려 입고 세뱃돈 따라 나서진 못하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금은 사용치 않아도 햇수를 헤아리고 순서를 가리기 위해 쓰인 간지(干支)의 본디이름이 문헌에 따르면 갑()은 알봉(閼逢), ()은 전몽(旃蒙), ()은 유조(柔兆), ()은 강어(强圉),

    ()는 저옹(著雍), ()는 도유(屠維), ()은 상장(上章), ()은 중광(重光), ()

    현익(), ()는 소양(昭陽), ()는 곤돈(困敦), ()은 적분약(赤奮若), ()

    섭제격(攝提格), ()는 단알(單閼), ()은 집서(執徐), ()는 대황락(大荒落), ()는 돈장(敦牂), ()는 협흡(協洽), ()은 군탄(), ()는 작악(作噩), ()은 엄무

    (), ()를 대연헌(大淵獻)이라 하였다.

    새해엔 좀더 나아지길 은근히 기대하는 우리는 잘되면 제 복이고, 꽃이 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낮술을 기울이기도 한다. 개 꼬락서니 미워서 낙지를 사고 싶을 때가 없잖아도 과문한 탓으로

    오불관언의 태도를 취하는 것과 혼돈할 일은 아니다.

    "자지(自知)는 만지(晩知), 보지(輔知)는 조지(早知)"라는 속어(俗語)

    사람들 사이에 널리 회자된다. 개 쇠 발괄 누가 알꼬 마는"제 스스로 알려고 하면 늦게 알게 되고, 누군가 도와주면 일찍 알게 된다" 는 뜻으로 과외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인용한다고 한다.

    되레 이거 아니 듣느니만 못한지 나도 모르겠다.

    수서양단(首鼠兩端)의 숫자와 루머가 웃고 울리는 증시의 변덕에 들쭉날쭉한 투자심리가 울상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Sub-prime)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위기의 여파가 전세계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러베장단에 호박 국 끓여 먹는다더니 걸핏하면 툭 하는 에너지가격에

    소비자의 울며 겨자 먹는 심정은 휘영청 밝은 달 가는 소리에도 코끝이 시려온다.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관측하는 입장에 따라서 바뀐다는데,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판국에 말처럼 쉽지 않은 제도상의 한계와 허구를 보는 것 같아 머릿속이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음음음 어허허~/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 그런 게 덤이잖소 / 어허허허허허~~/ 어허허허허허허허~~~"/

    헛웃음소리 크게 들려오는 노랫말 투가 너스레를 떨지만 허술한 대목이라곤 뵈질 않고

    그리 하고픈 말은 다 주워담아낸다. 그래~.

    지나간 것들은 언제나 그리옵고 마음의 꽃다발은 칭찬인 줄도 알았다.

    중력장(重力場)에선 직선이 곡선으로 보이기도 한다. 새롭게 다가오는 일들이 두렵고 망설여지는

    걸림돌일지언정 디딤돌로 삼아내자. 발효시키면 술이요, 찌면 떡이라는데, 바치면 공양미가 된다.

    언감생심 만사형통까진 좀 무리일터나 무자새해에는 우리네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가며

    크고 작은 소원들이 시나브로 성취되어 지이다.

    새벽이 태양을 가져와 주는 게 아니고 태양이 여명(黎明)을 빛나게 할 것이다.

    Danny Boy / Eric Clapton


    수정 삭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