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펌[올해의 사자성어]自欺欺人

  • 박남석 | 2007.12.23 20:00 | 조회 2261

    [올해의 사자성어] 自 欺 欺 人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 집단적 도덕 불감증 꼬집어 … ‘

    山重水複’ 2위
    2007년 12월 22일 (토) 06:44:08 교수신문


    2007년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의 ‘自欺欺人’이 선정됐다.

    교수신문(editor@kyosu.net)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교수신문 필진,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340명 가운데

    43%가 ‘자기기인’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자기기인은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 심해진 것이다”고

    언급된 『주자어류』를 비롯, 불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자기기인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

    “자기기인은 인간의 도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나는 행동이다.

    지난 한해 신정아와 사회저명 인사들의 학력위조, 대학총장과 교수들의 논문표절, 유력 정치인들과

    대기업의 도덕적 불감증 등 자기기인 성어에 들어맞는 사건을 너무도 많이 접했다”

    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손주경 고려대 교수(불문학)는

    “신정아 사건이나 대통령 선거가 보여주듯이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스로 언행에 정직하지

    못했다는 것. 경제·사회적 이득만을 추구한 사회가 스스로 가늠해볼 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 지적했다.

    성환갑 중앙대 교수(국어학)는

    “자신이 믿지 않는 말로 남을 속인다기보다는 상습적으로 거짓을 농하다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게 되는 지경까지 온 것."

    고 ‘자기기인’식 세태를 비판했다.

    올해의 사자성어가 지난해까지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사회 지도층 전반의

    도덕불감증이 초점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사학)는

    “자신과 남을 속이는 방법을 통해서 사회적 부와 명성, 그리고 지위를 얻고자 하는 일이 빈번히 폭로된 해였다.

    남들 몰래 거짓을 행하는 일이 이처럼 사회저변에 널리 깔려 있음은 개탄할 일”

    이라고 탄식했다.

    강진아 경북대 교수(사학)는

    “연말 대통령 선거와 삼성 비리 폭로, 특검 과정은 결국 국민 모두를 속이는 행태. 고발자나 피고발자나 모두

    정당성을 주장하는 확신범으로 스스로 거짓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고 지적했다.

    정연태 가톨릭대 교수(인문학)는

    “정치적 민주화를 거쳐 사회 경제 민주화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나타난 것”

    이라며 민주화 과정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사회 지도층의 부도덕성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도 문제시 됐다.

    구혜영 상지대 교수(생명과학)는

    “올 한해는 온통 거짓말로 점철된 한해였으며 이러한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전 국민을 도덕에 대한

    불감증 환자로 몰아가고 있다”

    고 주장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도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들이 마치 당연한 일인 양냥 넘어가고 있는 현실”

    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현실은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계기도 됐다.

    오재호 부경대 교수(대기과학)는

    “젊은이부터 대기업, 정부까지 각종 의혹과 도덕적 불감증이 판을 치면서 정의를 교육하는 교육자가

    설 땅을 잃게 만들었다”

    고 자괴감을 토로했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긍정의 답변도 있었다.

    방재욱 충남대 교수(생물학)는

    “우리사회가 진정으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제부터는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서 남까지 속이려는 마음은 떨쳐버리고

    서로가 믿는 사회,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로 나아가자”

    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외에 답답한 현실을 묘사한 산중수복을 추천한 류문일 고려대 교수(농생물학)는

    “해결 할 과제가 산적하고 갈 길이 바쁜데도 소위 정치인들을 비롯한 지도층은

    산이 없는 듯, 물이 없는 듯 盲目한 해였다”

    고 평가했다.


    송종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정보통신공학)는 사회의 치부가 드러난다는 의미의 수락석출을 추천하면서
    “정치·사회적으로 추한 일들이 많이 밝혀졌지만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는

    그동안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행태가 일시에 드러난 것”

    이라고 밝혔다.

    서강목 한신대 교수(영문학)도

    “선거라는 정치적 광풍이 지나간 뒤에 현 정부의 공과와 선거 결과에 대한 역사적 함의도

    결국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면서 수락석출은 택했다.


    이창용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참여정부의 실정에 실망한 국민들로 인해 공약과 비전 없이 정권교체가 가능해졌다”

    면서 어부지리를 별도로 추천했다.

    이외 안하무인, 사필귀정도 눈에 띄었다.

    이어 난제가 가득한 형국을 묘사한 ‘山重水複’이 18%, 의혹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치부가 드러난다는 의미의

    ‘水落石出’이 15%, 대통령 선거까지 눈뜨고 볼 수 없는 사건들이 이어졌다는 뜻의 ‘目不忍見’이 9%를 기록했다.


    ‘올 한 해 동안 가장 안타까웠던 일’에는 충남 태안 원유 유출사건(23%)이,

    ‘올 한해 동안 가장 기뻤던 일’에는 김연아 선수의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

    박태환 선수의 선전 (16%)이 꼽혔다.

    >> 어떻게 선정했나

    교수신문 2007 ‘올해의 사자성어’는 세 차례의 선정 절차를 거쳐 확정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심경호 고려대(한문학), 배병삼 영산대(정치학), 안대회 성균관대(한문학),

    임재해 안동대(민속학), 정민 한양대(한문학), 정재서 이화여대(중문학), 허형만 목포대(국문학)

    교수 등 7명으로부터 사자성어를 각각 2개씩 추천 받았다.

    추천받은 사자성어를 대상으로 교수신문 전·현직 논설·편집기획위원의 1차 사전 조사를 거쳐 후보5개를 추려냈다.

    2차 본격 설문조사는 제시된 사자성어 후보 5개 가운데 택일 하도록 하되

    응답자가 개별적으로 사자성어를 추천할 수 있게 했다.

    이메일 조사 방식으로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진행했다.

    올해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리스트, 전국 국·사립대 교수(협의)회 회장,주요 학회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340명이 응답했다.

    [自欺欺人]출전은 ‘朱子語類’ … 진실 잃은 세태 풍자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이 말은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을 풍자한다.

    이 말에서 欺는 속인다는 뜻이다.
    옛 경전인 『大學』에서는 “자신을 속이지 말라(毋自欺)”고 했다.

    이 말에 덧붙여 朱子는 『朱子語類』에서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짓이 심해진 것이다”고 말했다.
    이렇듯이 매사에 진실해야 한다는 윤리를 강조하는 말로 쓰였다.


    이 말은 불가에서도 많이 사용했다. 『法苑珠林』에서는 “妄言하는 자는 자신을 속이고 또한 남을 속인다.
    망언하는 자는 일체의 선한 근본이 없어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좋은 길을 잃게 만든다”라고 했다.
    진실과는 동떨어진 그릇된 말은 자신과 남을 기만하여 나은 길로 가는 것을 방해한다.
    그렇게 봄으로써 망언을 경계하는 성어로 널리 쓰였다.

    자기기인의 행태를 드러내는 가증스러운 사람의 사연은 참으로 많다.

    어떤 사람이 큰 쇠종을 얻어서 짊어지고 가려했다. 종이 너무 커서 짊어지지 못하자 망치로 쳤다.

    종소리가 크게 나자 사람들이 종을 뺏을까 걱정해 그는 제 귀를 틀어막았다.

    또 황금을 훔치는 자가 사람들로 북적대는 시장에 가서 황금을 집어 달아났다.
    관리가 그를 붙잡아 이유를 따져 묻자 그 도둑이 하는 말이

    “저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황금만 보였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呂氏春秋』와 『淮南子』에 나오는 고사다.
    이런 사연에서 보듯이, 자기기인은 인간의 도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나는 행동이다.
    욕망에 사로잡히면 쇠종이나 황금만이 보일뿐 상식적 판단은 사라지고 타인은 보이지 않는다.

    과욕으로 인해 엄연한 진실을 덮어버리고 허위와 가식이 진실이 사라진 빈자리를 채운다.


    일차적으로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나중에는 선량한 많은 사람을 속인다.

    그들의 거짓말은 진화를 거듭하며 세상을 속이지만 그렇다고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에는 거짓말의 실체는 드러난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이런 자기기인의 성어에 들어맞는 사건을 너무도 많이 접했다.

    교육부총리에 이어 신정아와 대학총장까지,

    그리고 사회 저명인사가 논문을 표절하고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폭로됐다.


    또한 유력 정치인들이 국민을 기만하고 대기업의 도덕적 불감증 행위가 겹쳤다.
    자기 거짓말에 포로가 된 그들이 그런 행위를 통해 지위와 명예와 부를 얻고자 한 강렬한 욕망은

    인간적이라고 하기에는 분수를 모르는 탐욕으로 비쳤다.

    황금만 보이고 국민은 보이지 않은 듯한 사회지도층의 행태를 보면서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도덕과 신뢰의 결핍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이 윤리적이고 투명한 사회로 발전하도록 노력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안대회 / 성균관대·한문학

    거듭된 ‘당동벌이’에 국민 ‘폭발’

    >> 역대 사자성어로 본 한국사회

    2007년 12월 22일 (토) 14:55:19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올해의 사자성어’를 통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사회를 간략하게 요약한다면 이렇다.
    오리무중 상황에서 이합집산으로 이뤄진 정치권이 참여정부 첫해부터 우왕좌왕하다 당동벌이 행태를 보인다.

    각 분야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상화하택하다 결국 밀운불우 상태에 이르렀다.


    2001년에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교육정책과 교수 신분 불안 때문에 ‘五里霧中’이 선정됐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02년은 ‘離合集散’으로 대표됐다.

    대선을 앞두고 일신을 위해 철새 정치인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정치인을 빗대서 나온 말이다.


    2003년은 ‘右往左往’한 해였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각 분야에서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갈피를 못잡는모습 때문이다.

    2004년에는 대통령 탄핵과 수도 이전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했던 해다.
    이를 반영하듯 “같은 파끼리는 한패가 되고 다른 파는 배척한다”는 뜻의 ‘黨同伐異’가 선정됐다.


    2005년에는 “위에는 불 아래에는 못”이라는 ‘上火下澤’이 꼽혔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화합하지 못하고 대립과 분열을 일삼은 행태를 꼬집은 사자성어였다.

    정치권은 강정구 교수 사건을 비롯해서 사립학교법, 행정 도시법 등을 두고 일년 내내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해 선정된 ‘密雲不雨’는 ‘하늘에 구름만 빽빽하고 비가 되어 내리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는 여건은 조성됐지만 일이 성사되지 못해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될 것 같은 상황을 나타낸다.

    상생정치의 실종, 대통령 리더십 위기, 북핵 실험, 부동산 폭등 등이 이 같은 답답함을 불러온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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