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두 번 꽃 피는 아침 단풍 지는 저녁 두 번밖에
주목받지 못하는 나무 많지 그 나무가 남긴 몇 개의 열매
여름날의 그늘도 그리 크게 기억하지 않지만
그들끼리 손잡고 도심 한 켠 푸르름으로 채우고 섰거나
숲의 한구석이 되어 있는 나무 많지
말없이 이 세상 한 모퉁이를 지키다 가는 나무들 많지
살면서 꽃 피던 짧은 날과 쓸쓸히 세상을 등지던 그 며칠밖에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
바쁘다고 말하지 서둘러 인사를 마치고 장례식장 문을 나서며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고 말하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의 벌판에
미안함도 면목 없음도 묻어두고
잠시 지는 잎을 바라보지
그 기억도 곧 지워지게 될 걸 알고 있지
눈물처럼 떨어지는 가을 오후 시간의 단풍 속에 묻혀
흩어지고 마는 걸
......섭섭하게 생각할 것도 없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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