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의 단풍

  • 박남석 | 2007.10.11 18:10 | 조회 2005

    시간의 단풍 / 도종환

    한 해에 두 번 꽃 피는 아침 단풍 지는 저녁 두 번밖에

    주목받지 못하는 나무 많지 그 나무가 남긴 몇 개의 열매

    여름날의 그늘도 그리 크게 기억하지 않지만

    그들끼리 손잡고 도심 한 켠 푸르름으로 채우고 섰거나

    숲의 한구석이 되어 있는 나무 많지

    말없이 이 세상 한 모퉁이를 지키다 가는 나무들 많지

    살면서 꽃 피던 짧은 날과 쓸쓸히 세상을 등지던 그 며칠밖에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

    바쁘다고 말하지 서둘러 인사를 마치고 장례식장 문을 나서며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고 말하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의 벌판에

    미안함도 면목 없음도 묻어두고

    잠시 지는 잎을 바라보지

    그 기억도 곧 지워지게 될 걸 알고 있지

    눈물처럼 떨어지는 가을 오후 시간의 단풍 속에 묻혀

    흩어지고 마는 걸

    ......섭섭하게 생각할 것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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