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무(僧舞) - 조지훈

  • 박남석 | 2007.06.26 19:30 | 조회 1915





    승무(僧舞)


    조 지 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 )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문장' 11호 (193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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