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의금 만 삼천원

  • 박남석 | 2006.08.26 08:28 | 조회 2467

    가슴이 찡한 글을 읽고서 게재하여 봅니다.

    서울 쌍문동 <풀무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작가 이철환의 "축의금 만 삼천원"이란 글 입니다.

    약 10여 년 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1통을 건네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팔아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친구가-

    *

    *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울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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