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빵에 뚫린 바늘구멍

  • 박남석 | 2021.08.27 20:35 | 조회 169


    건빵에 뚫린 바늘구멍

    박 남 석 (토론토)


    가을하늘이 맑고 쾌청하다간밤에는 귀뚤귀뚤하는 귀뚜라미 소리도 들렸다바이러스를 탓해본들 무얼 하랴만 오늘은 벗님들과 랜선 여행이 아닌 Zodiac® 보트의 힘을 빌려 해마다 철인3종경기가 펼쳐진다는 Bellwood 자연보호공원을 두루 섭렵(涉獵)했다저마다 구명복착용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라는 걸 간과(看過)하지 않고 드넓은 담수(淡水)호수의 물살을 가르며 열심이었더니 구릿빛 피부를 덤으로 얻었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현행 규제에 더 이상의 완화(緩和)는 없다며 Delta변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현 방역단계를 앞으로 계속 유지한다는 발표다교육계의료진장기요양원 등 고위험군 종사자에게 백신접종이 의무화(義務化)된다니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는 팬데믹 사태에서 백신 접종을 기피할 경우 일상에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해야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어눌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뉘시라 이럴 줄 알았다면 거짓말이고행여 몰랐었다면 무능(無能)의 극치(極致)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 아닐까싶다.


    기상청에 따르면 가을장마는 언제어디에얼마나 내릴는지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많은 비와 강풍을 동반한 #12태풍 오마이스는 비교적 소형 태풍에 속하나 거대한 수증기가 대기(大氣)중에 마치 강물이 흐르듯 이동하는 현상을 Atmospheric river(대기의 강)이라고 정의한다고 한다머잖아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할 농부들의 표정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보인 것은 벼꽃이 한창 피어나는데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땅에서 자라는 모든 것은 하늘을 향한다는 것을 아는 농부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지길 바라는 우리들의 마음 또한 간절하다.


    헛다리짚기(step over)’란 축구에서 공 주위로 양쪽 다리를 차례로 원형을 그리며 페인트(faint)를 줘서 맞닥뜨린 상대방 선수를 속이고 돌파를 시도하는 개인기(個人技)이다모든 프로 선수들의 기본기이고간단하므로 연습만 하면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상대 선수를 속이는 동작이기 때문에 실제로 어느 한 방향으로 갈 것처럼 연기해야 한다가능하다고 해서 꼭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건 아니며어설프게 쓰면 상대에게 주문하신 공 가져 왔습니다하는 꼴이 되고 잘 쓴다고 해도 너무 지나치면 관중(觀衆)들이 재미없다고 야유(揶揄)를 퍼부을는지 모른다.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최근 며칠 새 아프간 주요 도시를 장악한 뒤 수도 카불까지 무혈입성한 뒤 대통령 궁을 접수하고 이슬람정부 구성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탈출수단을 찾지 못한 국민의 원성(怨聲)이 개(풀 뜯는 소리에 지나지 않게 여겼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며 수도 카불이 함락되기 직전 현금다발을 싣고 국외로 도피하여 아랍에미리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뉴스다이륙(離陸)하는 수송기에 매달렸다가 공중에서 추락하는 참혹한 모습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기적도 꿈처럼 이루어졌으면 오죽이련만 현실은 당연하지 않았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대군이 그리스에 쳐들어갔을 때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끝까지 항전(抗戰)했다두 도시엔 적군의 행군 속도보다 더 빨리 도망친 군인도군적(軍籍)에 이름을 올리고 봉급만 타먹는 가짜군인도 없었다스파르타의 결사대 300명은 적과 싸워 전멸하는 길을 택했다()도 함께 전사했다아프간에 이런 지도자와 군인그들과 결의를 함께한 국민이 있었다면 지금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는 죽음을 무릅쓴 카불의 탈출행렬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는 뉴스와 해설을 들으며 문득 역사에는 가설(假說)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을 키워준다. “국익(國益)이 우선하지 않는 전쟁에 나서지 않겠다!”는 미국정부의 정책변화에 말하기 쉽다고 비난만 퍼부을 일은 아니다절체절명(絶體絶命)의 반면교사로 삼아낼 일이다.


    漁樵本自不同科 何事停橈活更多

    說與別人都不信 夜來風雨濕靑蓑

    - ‘어부와 나무꾼은 본디 같은 수준 아닌데 /

    무슨 일로 노 멈추고 다시 많은 얘길 나누니 /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한 말 모두 믿지 않거늘 /

    밤이 오니 비바람이 푸른 도롱이()를 적시네.’ -

    장욱(張昱)/元初明末, <어초한화(漁樵閑話)> ]


    2021년 827잏 KREP


    수정 삭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