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속으로] 독창적 해석으로 주목받는 명리학자 이수씨

  • 관리자 | 2005.12.19 10:10 | 조회 2898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고통스러울 때 더욱 그렇다. 역술, 특히 사주명리(四柱命理)는 우리의 이런 갈증을 풀어주는 좋은 도구다. 4세기께 중국에서 시작된 사주명리가 오늘날까지 생명을 유지해온 이유도 뛰어난 예측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국내에서는 ‘미신’으로 치부하는 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주명리를 학문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학문적 원칙을 확립하는 작업이다. 사주명리의 학문성은 이론적, 논리적 지식체계와 함께 예측의 적중률로 확인될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 이수(41)라는 젊은 사주명리학자가 있다. 현재 그는 운세 역학 포털사이트인 애스크퓨처닷컴(askfuture.com) 대표이사다.

    이대표는 올 한 해 사주명리학의 ‘3대 텍스트’로 불리는 자평진전(子平眞詮), 적천수(滴天髓), 난강망(欄江網)의 주석서를 펴냈다. ‘자평진전 리뷰 Ⅰ,Ⅱ’, ‘적천수적요 해설’, ‘난강망 마스터리’(도서출판 장서원 발간)이다. 이들 저서는 단순한 해설서가 아니라, 독창적인 해석으로 3대 텍스트를 한 줄로 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대표의 학문적 독창성은 지난해와 올해 펴낸 ‘팔자술 필살기’(데쓰블로)와 ‘팔자술 파이널블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는 “이들 저서를 통해 현존하는 명리 이론체계를 뛰어넘는 선진이론과 기법을 선보였다”고 자신한다. 사주명리의 본토인 중국에도 앞선다는 것이다. 한자권에서도 그의 실력을 인정할 정도다. 대만의 권위 있는 역술서적 전문출판사인 ‘무릉출판유한공사’는 그의 첫 저서인 ‘적천수 써머리’를 중국어로 펴낸 데 이어 다른 저서도 발간키로 약속했다. 대만에는 마니아까지 생겼다. 우리나라 명리학자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대표가 역학계에 입문한 것이 1999년이고 보면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명리학사를 보면 2~3세기마다 걸출한 인재가 나와 혁신이론을 제시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그러나 청(淸)나라 서낙오 선사 이후는 별다른 진전 없이 3세대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중국은 물론 일본, 한국을 통틀어 아직 4세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표는 사주명리학의 본질은 개인의 그릇(命)과 운(運)을 보고 ‘때’를 알아 진퇴(進退) 시기를 분별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명과 운은 필연적이고 초월적인 힘을 뜻한다. 운이란 변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변하는 이치도 이미 정해진 궤도를 따르는 필연적인 과정일 뿐이다. 따라서 그는 ‘사주명리가 피흉취길(避凶取吉)의 방법을 제시한다’거나 ‘개운(改運) 비법이 있다’는 세간의 얘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주팔자로 봐서 비가 온다면 막거나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비를 맞더라도 ‘언제’ 그칠지를 알 수는 있습니다. 또 비가 그칠 때를 안다면 이리저리 비를 피해 다니며 경망되게 옷을 적시는 일은 없을 것이고, 때로는 즐길 수도 있을 겁니다. ‘때’를 안다는 것은 희망의 등대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요. 이런 점에서 명리학의 운명론적 사고는 인간의 의지를 부정하지만, 인간을 무력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주 해석을 통해 내리는 예측의 적중률에 있다. 국내에서 사주명리가 미신으로 인식되곤 하는 것은 역술인에 따라 예측이 다르고, 적중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 근원적으로는 역술의 체계적인 학습과정이나 학문적 원칙이 확고하지 못한 데 있다.

    “한국에는 외국에서 인정하는 세계적인 술사(術士)가 없습니다. 일본만 해도 60년대에 이미 중국 본토를 강타한 걸출한 술사를 배출했습니다. 역술이나 사주명리가 학문인가 아닌가는 오직 예측과 적중률로 판가름돼야 할 것입니다.”

    이대표는 그동안 인터넷 사이트나 언론 등을 통해 유명인사의 선거당락 등을 공개적으로 예측, 화제를 뿌려왔다. 자신의 독특한 관법(觀法)으로 사주를 푼 것이었다. 술사(術士)로서의 기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 천수이볜 대만 총통 당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 블룸버그 뉴욕시장 당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로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는 황우석 교수의 사주도 지난 5월 풀어 사이트에 공개했다. 이런 ‘소동’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때였다. 핵심은 “내년에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섬뜩한 예측이 아닐 수 없다.

    이대표는 역술(상수역·象數易)의 뛰어난 예측 기능을 바탕으로 ‘예측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나서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에 관심이 많다. 2001년 ‘주가 등락 알 수 있다’라는 책을 낸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다우지수 등락을 예측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미국에 현지법인(AskFuture USA)을 세웠다.

    “역술을 예측산업으로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예언을 팔고 사는 큰 시장은 형성돼 있습니다. 21세기 역술은 단순한 오락이나 심리적 위안거리에 머물지 않고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슈퍼콘텐츠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대표는 평범한 중산층 집안 출신으로 별 어려움 없이 자랐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학군장교(ROTC)로 군복무를 마치고 6년 가량 은행에서 국제금융 분야의 일을 했다. 그러다가 96년 대형 금융사고로 직장을 그만두고 수년간 ‘백수’로 살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역학을 접하게 됐고,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저의 사주팔자에 담긴 필연적인 성패의 시점을 해독하는 순간 ’아!’ 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지난 실패에 대한 자책감에서 해방되는 위안도 얻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현상을 자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상대로 99년 입추를 기점으로 일간지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면서 역학계에 본격 데뷔했습니다.”

    이어 그는 2000년 애스크퓨처닷컴을 런칭하면서 많은 돈도 벌고 이름도 날리기 시작했다. (애스크퓨처닷컴은 지난 10월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내년 1월 중순쯤 새로운 콘텐츠로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그의 제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inalblow)가 사이트를 대신한다.)

    “그동안 역술인으로서 경험해볼 만한 일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습니다. 상담, 저술, 문하생 배출, 기업·선거자문까지 흥미로운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언론·방송계는 물론 정계나 재계, 법조계의 인사와도 다양하게 교류했습니다.”

    4세대 선두주자로 세계적인 명리학자 대열에 오른 이대표에게 내년 병술(丙戌)년의 국운을 물어봤다.

    “2001~2004년은 간지(干支) 상극의 해로 갈등과 대립이 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을유(乙酉)년인 올해는 대립이 종식되고, 내년은 화합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본격적인 국운 융성을 실감하는 해가 될 겁니다. 주가도 오르고 경제상황도 좋아집니다. 이렇게 됐을 때 가장 큰 반사효과를 보는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게다가 노대통령은 내년부터 운이 강해지는 사주팔자입니다. 반면 이명박 시장이나 박근혜 대표는 별로 안 좋습니다. 야당이 힘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인터뷰/노응근 부국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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